아침을 여는 詩 - 사과를 깎으며

2019.07.04 20:00:00

사과를 깎으며
                         오무임
                         충북시인협회

나는 지금 사과를 깎으며
내 젊음의 향기를 맡는다.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다며
흠집 가득한 사과를 요리조리 재단하여
노란 꿀이 섞인 싱싱한 쪽만 잘라 주시던
어머니의 맛까지

나는 지금 사과를 깎고 있지만
세월을 깎고 있는지도 모른다.
풋풋한 향을 넘치도록 머금고
삶의 저 쪽에서
아직도 나에게 미소 짓고 있는
그를 만나고 싶어서

나는 지금도 사과를 깎는다.
작은 사과 한 알을 깎으면서도
넘치도록 피어나는 향수에 젖고
잡힐 듯이 안겨오는 지난 세월에
발갛게 익어버린 너를 만지며
뜨거움을 느낀다.

나는 아직도 사과를 깎고 있다
추억 한 껍데기
그리움 한 껍데기
그리고 눈물 한 껍데기를
발가벗은 속살은
아름다운 사랑 덩어리가 되어
내 가슴에 하얀 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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