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71억 들인 '관평원'세종청사, 2년째 텅 비어

공공기관들 세종 이전 꺼리던 시기에 자발적 결정
하지만 행안부·대전시 반대로 준공 후 정부에 반납
직원 49명 특별분양받은 아파트는 가격 크게 올라

2021.05.20 14:13:58

세종시 반곡동 771-62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 신청사는 세종시의 강남에서도 BRT(간선급행버스) 정류장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관세청은 수도권 공공기관들이 세종 이전을 꺼리던 시기에 자발적으로 이 청사를 지었으나, 행안부와 대전시의 반대로 결국 작년 5월 준공된 뒤 정부에 반납했다. 사진은 5월 18일 아침에 찍었다.

ⓒ최준호 기자
[충북일보]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민간건물을 임대해 오는 8월까지 이전한다.

그러나 똑같이 대전(유성구 탑립동 693)에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은 세종 신청사를 지어 놓고도 대전시 반대 등으로 이전하지 못 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국민 세금 171억 원을 들여 지은 청사는 2년째 비어 있다.

반면 관평원 직원 49명은 세종에서 근무하지 않으면서도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았다. 2003년 신설된 관평원은 수출입 물품에 대한 관세 평가와 품목 분류, 안전 관리, 우수업체(AEO) 공인심사 등을 맡는 관세청 직속기관이다.

세종시 반곡동 771-62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 신청사의 5월 18일 아침 모습. 작년 5월 준공됐으나 입주를 포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바람에 정문 앞 보도블록 사이에 풀이 돋아나 있다.

ⓒ최준호 기자
◇법률 전문가들 "관련 법이나 정부 고시에 어긋나지 않아"

이런 사실은 권영세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용산구)이 관세청에서 받은 관련 자료들을 최근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밝혀졌다.

이들 자료를 종합하면 관세청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관평원 세종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신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인 행복도시건설청(행복청)이 신도시 자족 기능을 확충하기 위해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유치 작업을 펴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세종 이전을 꺼렸다.

세종시 반곡동 771-62에 있는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 신청사의 지난 5월 18일 아침 모습. 작년 5월 준공됐으나 입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최준호 기자
관세청은 2016년 3월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사업비 전액을 2017~20년 정부 예산에 편성한다는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반곡동 771-62' 일대 땅 6천783㎡를 52억 원에 매입하기로 2017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계약을 맺었다. LH는 행복청과 함께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이 곳은 서울로 치면 서초동 법원·검찰단지 인근에 속하는 '금싸라기 땅'이다.

금강 남쪽과 괴화산(해발 201.2m) 사이에 위치한 데다, 바로 옆에 BRT(간선급행버스) 정류장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인근은 세종 지방법원과 검찰청 건립 예정지다.

관세청은 2018년 6월에는 행복청의 건축허가를 받은 뒤 관평원 신청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행안부)는 2019년 6월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 정부기관이 아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사가 이미 50%정도 진행된 시기였다.

이에 관세청은 2개 법무법인과 정부법무공단에 법률 자문을 했다.

그 결과 3곳 모두 "관련 법(행복도시특별법)이나 행정안전부 고시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자 행정안전부는 2019년 9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원도 "법적 문제가 아니라 관련 정부 기관이 정책 협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며 지난해 1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세종 신청사의 지난 5월 18일 아침 모습. 작년 5월 준공됐으나 입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정문이 잠겨 있다.

ⓒ최준호 기자
◇관세청 "대전시민 반대 심해 세종 이전 포기"

결국 작년 5월 준공된 신청사는 관세청이 기획재정부에 반납,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관평원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 사이 특별공급 방식을 통해 세종시내에서 새 아파트를 마련했다.

행복청이 정한 특별공급 기준이 당시에는 해당 기관의 '이전 계획 고시일 또는 청사 부지 매입 계약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대부분 현재 시세가 분양가격의 2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세종시 반곡동 771-62)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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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관세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관평원은 개원 때부터 대전시 외곽에 위치한 대전세관 건물의 일부를 임대해 청사로 써 왔으나, 직원 수와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와의 업무 협조를 원활히 하고 민원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2014년부터 세종 이전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는 세종이 대전보다 땅값이 훨씬 쌌던 것은 물론 다른 공공기관들의 세종시 이전이 소극적인 시기여서 관평원 이전 부지를 확보하기도 쉬웠다"며 "하지만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목적으로 이전을 추진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당시에는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미분양까지 발생, 특별공급을 통한 시세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세종 이전이 백지화된 데 대해서는 "대전시민들이 거세게 반대한 데다, 대전시가 청사 부지와 건물을 알선하겠다고 제안해 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관평원 신청사에 입주할 중앙 공공기관을 정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신청사(세종시 반곡동 771-62)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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