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통신 사찰'

춘추관 이러쿵저러쿵 - 정치부 기자 무더기 조회에 '언론수사처' 오명
'국정원·기무사' 사찰 악몽 되살아나나 의구심
입 닫은 청와대·여당·이재명 후보 입장 내놔야

2021.12.16 18:07:05

[충북일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언론사는 숱한 사찰을 받았다. 아예 정보기관이 신문사에 상주했던 시절도 있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관철 후에도 종종 비슷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찰은 군사정권과 이른바 보수정권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였다. 적어도 진보정치를 표방하는 민주당은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았다.

◇'통신 조회'는 곧 사찰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환경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것으로 지속적인 의혹을 제기했던 '판사 사찰' 논란, 전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블랙리스트' 등도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사찰에 가장 민감했던 세력은 민주당이었다. 오랫동안 '만년 야당'으로 지냈던 그들은 한 때 '트라우마'까지 느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부는 달라야 한다. 사찰 또는 사찰과 유사한 모든 사례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특히 언론과 관련된 사찰은 더욱 더 심각한 문제다. 언론이 아무리 미워도 권력은 오해를 받을만한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16일 논평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 외에도 윤석열 후보를 취재하는 정치팀 소속 기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졌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수사권을 이용해 공수처에 비판적 보도를 한 11개 언론사, 중앙일보 야당 정치팀 소속 기자 1명, 채널A 야당 정치팀 소속 기자 1명 등 모두 35명의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통신 기록을 조회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국일보 등 아직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언론사까지 포함한다면 숫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민주국가'에서 뚜렷한 범죄혐의가 없는 기자들의 통신자료 기록을 들춘 것은 명백한 '사찰'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막는 헌법을 위반한 중대 범죄도 될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야당 대선 후보를 취재하는 기자들에 대해 이뤄진 '뒷조사'는 국기(國紀)를 흔들 수 있는 문제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수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이를 바라보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 소속의 그 어떤 국회의원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둘 중 하나다. 민주당은 야당의 '통신 조회' 의혹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 아니면 공수처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통신조회를 한 것으로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국회에서 검증하면 된다. 국회 법제사업위원회를 열어 공수처를 대상으로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통신 조회' 유무를 확인하고, '통신 조회'의 목적이 불순했다면 엄한 벌로 다스리면 된다.

◇'民主'는 국민이 주인

언론인도 국민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세상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반대하면 모든 것이 괜찮을 수 있는 정당이라는 뜻이 아니다. 민주당은 야당 뿐 아니라 당 내·외부는 물론, 당·정·청이 잘못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수권정당의 모습이다.

'지금처럼 나는 옳고 너희는 모두 틀렸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몇몇 '메신저'를 제외한 민주당의 나머지 중추세력들은 '통신 조회' 또는 사찰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마라. 청와대도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때 사찰을 경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시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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