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대국은 참여하는 시민의식이다

2009.03.31 18:31:47

충북 청주에 이사 온지도 어느 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40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새로이 둥지를 튼 청주는 서울과는 확연히 달랐다. 서울을 떠올리면, 학고방 같이 작은 방, 문밖을 나서면 모두들 어디서 나왔는지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 생지옥 같은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뭐가 그리도 바쁜지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분주하기만 하다.

이에 비해 청주생활은 우선 서울보다는 넓은 집을 얻을 수 있었고, 교통도 원활한 편이였고, 이웃들은 다소 표현력은 부족하지만 서로의 관심과 정이 넘치는 모습이였다. 게다가 가까운 주말농장을 통해서 흙과 생명산업의 소중함을 가족들과 공유하면서 내 마음도 한껏 여유로움이 생겨났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문화생활이였다. 서울은 대학로에만 70여개의 공연장에서 각양각색의 연극과 공연이 매일 진행되고 있다. 또 동네 주변에도 지자체 단위뿐만 아니라 사설로 운영되는 공연시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수도 서울은 문화면에서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청주에서는 마땅히 주말시간을 이용해 가족들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청주시내 과학관, 놀이시설, 동물원 등 각종 시설은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서 오히려 가까운 대전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게 되었다.

충북도청 소재지인 청주가 이 정도이니 문화예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내 오지마을과 농촌은 말할 것도 없다고 본다. 그나마 공공기관 주관의 행사와 각 농협들이 주부대학,노인복지대학이란 이름하에 농촌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충북도가 지난해 5월19일 선진문화사회로 나아가는 미래 충북의 문화적 가치와 비전을 담은 충청북도 문화헌장을 전국 최초로 제정 선포하고 '문화선진도' 실현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문화시설의 확충은 공공서비스 제공자의 역량만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고 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윤리경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역의 문화 업그레이드에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울러 문화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문화 강대국이 되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문화유산이 많으면 저절로 문화강대국이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 구성원들의 시민의식, 다시 말해 그 문화를 내 것인양 소중히 여기고,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가꾸고 만들어 가려는 그런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달 말에 흥덕구 복대1동과 복대2동에 각각 서부도서관, 신율봉 어린이도서관이 개관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멀리 떨어진 용암동 시립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는데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하나도 아닌 둘이 생긴다니 나름 기대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몇 권의 책이나마 기증을 해서 참여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줘야겠다.

주용성/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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