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協治) 실종된 세종지역 정치권

여야 출구전략 마련도 당분간 쉽지 않을 듯
중재나설 지도층 인사 움직임 아직은 없어

2023.03.26 15:01:01

세종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 24일 기자회견에 앞서 23일 본회의장에서 발생한 동료 의원 욕설 파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충북일보] 세종지역 여야 정치권에서 협치(協治)가 실종됐다.

지난해 7월 민선 4기 출범 당시만 해도 세종지역 여야는 시민을 위한 상생과 협치를 기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자마자 여야는 시의회 운영과정에서 단순한 의견 대립 수준을 넘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최민호 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출자·출연기관 개정조례안' 가결로 집행부인 세종시도 사실상 시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날선 각을 세우면서 세종지역의 정·관가가 한꺼번에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여야가 말로는 시민들을 위해 민생정치·생활정치에 주력하겠다고 운운하면서도 속내로는 자당의 이익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않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의 갈등 양상은 올 초부터 표면화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올들어 임시회가 열릴때마다 동료 의원 성추행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병헌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본회의에 상정키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했지만 번번히 수적 열세에 밀려 상정에 실패했다.

이런 상태에서 이달 초 최민호 시장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안' 가결처리가 여야간 갈등국면의 폭발적인 도화선이 됐다.

재의요구 안건은 당초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명만 부결표를 던지면 자동폐기되는 수순이었으나 국민의힘 김학서 의원의 찬성표를 던지면서 찬성 14표, 반대 6표로 가결처리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이 생겼다.

이때부터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꼬여갔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실수로 잘못 투표했음을 인지하고 의장에 알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투표종료가 선언되기전에 투표결과가 전광판에 띄워지는 등 절차상 중대하자를 이유로 강력하게 재투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상 의장과 시의회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시의회는 가결된 조례안을 집행부인 세종시에 이송했고, 이에 대해 세종시는 지난 24일 고기동 행정부시장이 나서서 "중대한 절차상 흠결이 명백한 '하자 있는 조례안'을 공포할 수 없다"며 "실체적 진실과 절차상 하자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일 여야간 갈등국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의회 본회의에서 욕설파문이라는 또다른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재의요구 조례안가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민의힘 김학서 의원이 지난 23일 민주당 소속 여미전 의원의 5분 발언 직후 욕설을 한 사실이 밝혀져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소속 시의원, 당사자인 김 의원 등은 '욕설파문' 하루만인 24일 기자회견을통해 공개사과를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을서 시의회 윤리위원회에 넘겨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고 제2 부의장직에서 해임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욕설 파문을 일으킨 김학서 의원이 부의장 사직서를 제출하고 본회의장에서 사과하려고 했지만, 상 의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해임이란 방식을 선택했다"며 "이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도 "민주당 소속 상병헌 시의회 의장이 중대한 하자가 있는 조례를 끝내 세종시로 이송했다"며 "시정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에 무제한 토론을 제안한다"고 응수하는 등 여야가 연일 물고 뜯는 혈전을 벌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여야의 갈등국면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여야 모두 출구전략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등이 일으킨 일련의 원인들이 '메가톤급' 이어서 여야가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앙금을 훌훌털고 당장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런 지역적인 정치적 난맥상황을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는 원로층이나 사회지도층 인사의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해법이 아니더라다도 양자를 중재하고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나 지도층 인사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여야의 이런 경색국면이 오래간다면 그로인한 피해는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 / 김정호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