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 어느 시장상인의 하루

"상인들도 변화 위해 노력 중"

2009.05.17 18:55:05

청주 육거리시장 내에서 생선노점을 하고 있는 장정현씨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좌판을 정리하고 있다.

오전 5시. 장정현(50)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장사를 위해 단잠에서 깨어났다.

장씨의 직업은 생선노점상이다. 청주 육거리시장 내에서 생선을 판지도 벌써 19년째.

초창기 땐 오전 9시나 10시쯤 느지막이 장사를 시작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면서 3년 전부턴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으려 오전 6시면 장사를 시작한다.

"솔직히 예전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적당히 해도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들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친절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오전 6시께 서둘러 장사 준비를 모두 마친 장씨는 커피 한 잔에 잠깐 동안의 여유를 만끽하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예년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다. 그 만큼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단 얘기다.

"그나마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육거리시장이니 이 정도지 다른 시장들은 더 심각해요. 어찌보면 이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죠."

오전 8시30분께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장씨는 본격적인 장사에 들어갔다.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어 장씨의 손길은 점점 더 분주해진다. 오후 1시 아르바이트 아주머니가 올 때까지는 잠시 쉴 틈도 없다.

손님들에게 항상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일부러 의자도 갖다 놓지 않았다. 그 덕에 몸은 더욱 지치고 힘들지만 집에 있는 두 딸을 생각하면 절로 힘이 솟구친다.

지난 93년 부인과 헤어진 후 장씨는 17년동안 두 딸을 홀로 키워왔다. 두 딸 얘기가 나오자 장씨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이젠 다 커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큰 딸(24)과 대학을 다니는 작은 딸(21)을 보고 있노라면 힘든 생활 속에서도 어긋나지 않고 아빠를 잘 따라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워요."

오후 1시가 되자 아르바이트 아주머니가 왔다. 장씨에게 1시간의 달콤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내 곧 좌판으로 다시 나선다.

"하루 15시간 이상 혼자 일하려니 너무 힘이 들어 얼마 전부터 아주머니를 쓰게 됐죠. 그러나 제가 직접 나서야 맘이 놓이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대라 보통 아주머니와 함께 일해요."

오후 9시.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좌판을 모두 정리한 장씨는 무심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15시간이나 서 있으려면 체력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래서 매일 장사를 마치고 집에 가기전 무심천 자전거도로에서 1시간 동안 운동하는 걸 잊지 않죠."

운동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장씨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따른다고 생각해요. 대형마트와 비교해서 분명 재래시장이 못한 점이 많아요. 하지만 대형마트보다 훨씬 신선한 야채, 생선, 과일 등 생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나은 서비스를 위해 재래시장 상인들도 변화하고 있어요. 이처럼 저희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 전창해기자 wide-s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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