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다리로 살아온 28년 행복해"

조상호, 추경숙씨 부부 행복부부상 수상

2009.05.19 12:40:53

조상호, 추경숙씨 부부

결혼 전 펜팔을 주고 받다가 불의의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남편과 결혼해 장애를 사랑으로 감싸안고 부농의 꿈을 일군 동갑내기 부부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옥천군 안남면 화학리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조상호(49)·추경숙(49) 씨 부부.

추 씨는 고교시절 펜팔 친구였던 남편 조 씨가 경운기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고 좌절에 빠진 그를 찾아가 가족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삶의 반려자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에게는 달랑 방 한칸이 전부였으나 추씨는 그대로 결혼했고 21세에 큰딸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에 절망에 빠져 지내던 그도 억척스럽고 천사같은 그녀를 보며 삶의 의지를 붙태우며 농사일에 메달렸다.

소규모 농사일로는 살림이 녹록하지 않자 절약하면서 아껴둔 종자 돈으로 어렵게 송아지 2마리를 사게 됐고 축산업에 문외한이었던 이들은 이웃에세 자문을 구해가면서 20년만에 200여마리의 축산농가로 키워 지난 2002년에는 옥천군 축산왕에 뽑히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28년을 꼭두새벽부터 일을 시작해 늦은 밤까지 해오면서 자식농사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잘해 큰딸은 대전에서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군 제대후 대학을 다니고 있다.

자녀들과 넷이 나란히 누워 가끔 밤을 세우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다른 가정에서 보기 쉽지 않은 가족관계가 그들에게는 삶의 보람이 되고 있다.

이같은 행복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던 추씨는 6년전부터 소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자동화되자 마음의 여유가 생겨 3년째 17명의 독거 노인에게 무료반찬 배달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봉사활동으로 각 기관단체에서 선행에 대한 노고를 표창하려했으나 추씨의 사양으로 단 한번의 상을 받지 않았다.

추씨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시모님에게 소홀함이 없어 마을에서는 효부에다 금슬 좋은 부부, 항상 연애하는 부부라는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28년을 서로가 사랑하고 아끼며 변함없이 서로를 믿고 돕고 살아 온 이들은 세상에 작은 빛을 뿌리는 마음이 행복한 부부이기에 이같은 선행이 알려져 21일 부부의 날에 충북도로부터 '행복부부상'을 받는다.

추 씨는 "3년여 동안 편지를 주고받던 남편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끊겨 소식이 없었으나 재촉끝에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 장애의 실의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힘이 되기 위해 찾아 온것이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편 조 씨는 "함께 생활하다보면 별것 아닌 일로 부딪칠 때도 있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게 해결된다"며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한 부부가 감정적으로 부딪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 / 윤여군기자 yyg5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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