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청주시내버스 준공영제 - ② '빛 좋은 개살구'

전국 우수사례 꼽혔던 청주시
청주사례 전국 버스운수계통에선 악법으로 꼽혀

2024.06.26 17:58:03

청주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대형버스용 자동 세차기를 사용하지 못해 운행을 앞둔 기사가 대걸레로 직접 세차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전국적으로 우수사례로 꼽혔던 청주시내버스 준공영제도가 사실상 업계에서는 '비현실적인 조건의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중인 시내버스 준공영제 기준과는 동떨어진 기준으로 운영되는 청주시의 준공영제 탓에 버스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청주시에 시내버스 준공영제 사업을 벤치마킹해 그대로 자신들의 지자체에 적용하려 했지만 해당 지자체의 버스업체들이 '이 기준대로라면 업체는 도산한다'는 의견을 내 사업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현재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타 지자체와 청주시의 기준을 비교해봐도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 창원, 광주, 대전, 제주 등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협약서가 많아봐야 2페이지에서 3페이지에 불과한 것에 비해 청주시의 협약서는 12페이지에 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버스업체에 대한 제한사항은 터무니 없이 많은 데 반해 예산 등의 지원 사항과 기업 이윤은 타 지자체와 비교해 턱 없이 적다는 것이 청주지역 버스업계의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제한사항은 청주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기준 협약서에서는 '대표자 친인척 채용시 페널티 적용' 규정이 있는데 이는 전국 타 지자체가 운영하는 준공영제 기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항이다.

버스업체 사주 친인척의 과도한 임금지급을 막겠다는 의도로 이 조항이 있지만, 현실과는 동 떨어져있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A교통은 세차기 관리자와 공영차고지 환경미화원을 단시간 근로자로 고용 하려고 했는데, 차고지가 시가지와 동떨어져 있을뿐더러 특히 시내버스 업종 특성상 운행전 새벽 3~4시에 근무를 해야해서 이런 조건으로는 지원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주 친형에게 부탁해 2년여간 실제 근무를 시키고 시급을 따져 급여를 지급했으나 시가 제동을 걸었다.

친인척을 공개채용으로 고용하지 않아 조항을 어겼다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시는 지급됐던 인건비 2년치를 소급해 모두 회수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시가 이같은 상황을 실사 등을 통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행정처리를 해버렸다는 대목이다.

시의 결정에 현재 A교통은 세차기관리도 승무사원들이 직접 하고 있는 처지다.

이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차량구입시 차량대금을 회사에서 5년에 걸쳐서 할부로 지불하고 시에서는 감가상각비를 9년으로 분할해 지급받으면서 할부 이자는 버스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점, 매년 발생하는 외부 회계감사 비용을 회사에서 부당하고 있는 점 등 불합리한 대목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복리후생비가 지원되긴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올해 버스기사들의 근무복도 지급하지 못할 실정이고, 차량 수리시 필요한 부품에 대해선 재생품 사용에 페널티를 주고 정비비 대금과 정비비도 턱없이 부족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꾸준하게 시에 현실을 얘기했지만 아무것도 바뀔 것은 없다는 것을 확인할 뿐, 버스업체들은 이제는 더 이상 시에 아무런 얘기도 하지 못하고 준공영제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만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주의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누군가는 청주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사례가 우수사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전국의 수많은 버스 업계에서는 버스업체만 죽이는 '악법'으로 통한다"며 "시민과 시, 버스업체가 2인 3각 경기로 서로 윈윈하며 나아가야할 제도가 어느새부터 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 김정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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