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추정리 전통식품 '옥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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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14:16:10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에서 위탁 재배한 고추는 가장 좋은 시기에 수확해 건조하고 빻는다. 농협을 통해 사는 대원콩은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메주콩으로 선정했다. 옥샘정 주변에서 자라는 꾸지뽕, 매실 등으로는 효소를 만든다.
떡시루에 쪄서 발효시킨 보리쌀을 넣은 고추장은 강인한 보리의 구수한 맛이 매콤하게 어우러진다. 농촌진흥청 특허기술 이전도 적극적으로 지원받았다. 팥과 쌀, 콩의 함량을 최적화해 만든 메주와 바실러스 종균을 활용한 팥고추장이다. 팥 특유의 달콤함이 섞인 팥고추장은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들도 맛있게 찾는다.

덩어리 메주와 달리 황국균을 넣어 낮은 온도에서 띄운 알알이 메주도 기술이전의 결과물이다. 알알이 메주를 이용해 만든 것은 빠금장이다. 어린 시절 된장이 익기 전 메주를 빻아 김칫국물이나 소금물에 버무려 부뚜막에 익혀 먹던 장이다. 알알이 메주를 빻아 쌀 조청, 소금, 엿기름, 고추씨 등으로 버무렸다. 담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속성발효된장 빠금장은 짠맛이 덜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된장의 깊은 맛은 없어도 메주의 구수한 맛이 알알이 씹힌다. 지역의 특산물이나 농산물 등을 활용한 특색있는 빠금장 제작 주문도 이어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여러 단체에서 체험장을 찾아온다. 덩어리 메주와 알알이 메주 등으로 자신만의 장을 만들어 돌아가면 그 장맛을 본 가족과 지인들이 다시 손님으로 이곳을 찾는다. 소개에서 소개로 이어지는 손님들의 영업 활동은 어느 영업사원보다 적극적이다.

옥샘정의 사계는 철마다 분주하다. 이른 봄에는 된장을 담그려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메주를 씻는 작업부터 시작이다. 여름은 체험 신청자들이 줄이어 유익균의 신비를 확인한다. 가을이면 본격적인 고추장의 계절이다. 겨울은 또 다음 해를 위한 메주와 청국장을 빚는 일이 기다린다.

허리 펼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전순자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만 가득하다. 음식이 몸을 만든다는 신념 때문이다. 장은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인 만큼 더 많은 이들이 진짜 장으로 건강을 지키길 바란다. 장 담그기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뒤에는 사명감까지 더해졌다. 미래의 아이들도 장 문화를 잃지 않도록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옥샘정의 장독 하나하나에 담긴 묵직한 진심이 깊이 있게 익어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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