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

2024.09.25 15:11:17

이효순

수필가

운동을 마치고 옛 사직 재래시장을 들렀다. 동태포를 한 마리 뜨기 위해서였다. 늘 가던 가게에 가서 큰 것으로 한 마리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대금을 주고 가게를 나왔다. 맞은편에 노점상을 하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다. 오늘은 고구마 줄기를 다 껍질을 벗겨서 빨간 플라스틱 작은 그릇에 담아 놓았다. 가격을 여쭈어 보니 껍질 깐 것이라 5천 원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두말하지 않고 5천 원을 드렸다.

아주머니는 옆에 뭉쳐 모아놓았던 검은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 고구마줄기를 담아주셨다. 마수라 고맙다며 삶아서 파는 홍 찰옥수수 작은 것을 하나 골라 먹어보라고 주신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얼른 받기 미안했다. 사양하다 그냥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 후 가방에 넣었다.

시장가방을 들고 가는 길에서 문득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나라 가신지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간다. 어머니도 우리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해 푸성귀들을 광주리에 담아 먼 길을 오가며 육거리 시장에 내다 파셨다. 그 땀과 사랑의 값으로 자식들 공부시키셨다. 어머니의 노고로 난 지금 노후에도 편안히 살 수 있지 않은가.

왜 그때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지금 생각하니 내가 얼마나 철없던 딸이었는지. 지금 후회하니 어머니는 안 계시고 벌써 난 어머니 가시던 해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 것들이 참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눈시울만 뜨거워지고 어머니는 뵐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아련히 나의 기억에 남는 어머니, 장에 가시면 개울에서 어스름이 밀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단순히 그때는 어머니께서 사 오시는 뻥과자를 기다렸을 뿐이다. 하루종일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개울도 이젠 도시 속의 한 부분이 되어 내 머릿속에 곱게 자리했다.

추석 명절이 지났다.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송편이 그립다. 어머니는 솔잎을 많이 깔고 빚은 송편을 그곳에 놓고 찌셨다. 송편을 찌는 동안 은은한 솔잎 냄새가 내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솔잎 냄새가 솔솔 나는 송편, 솔잎을 하나하나 떼어내며 먹는 송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의 정이 가득 담긴 작품이셨다.

내가 가정을 이루고 나서 따라 해 보기도 했다. 올해는 그때가 생각나 집에서는 송편의 작은 양을 할 수 없어 재래시장으로 가 보았다. 몇 곳을 가 보았지만 솔잎에 찐 송편은 몇 년 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있던 떡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송편을 사고 있었다. 그 떡집에는 송편에 솔잎이 드문드문 있는, 찔 때 조금 얹은 것 같았다.

어머니는 송편에 솔잎을 많이 깔고 쪄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변질되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다고도 하셨다. 송편을 하나 먹으려면 송편에 박힌 솔잎을 다 떼어내야 하기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쫀득쫀득한 어머니의 송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내년에는 미리 솔잎을 따서 힘은 들지만 어머니께서 하셨던 대로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지금은 먼 나라에 계신 어머니가 더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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