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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수필가

옥상의 허름한 플라스틱 화분에 연분홍 덩굴찔레꽃이 여러 송이 피었다.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볕에서 잘 견디며 꽃까지 피웠다. 그 꽃이 피기까지 몇 번의 사계절이 지나갔을까. 찔레가 그곳에서 자라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빈 화분에 잡초가 있었고 그곳에 아주 작은 찔레 한 포기가 잡초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 화분만 관리하지 않고 잡초도 뽑지 않은 채 겨울을 보냈다.

그 이듬해 봄이 되었다. 화분을 정리하기 위해 흙을 쏟으려 했다. 그런데 찔레는 죽지 않고 잡초들 사이에서 여린 가지에 새눈을 올리고 있었다. 그 화분은 국화 기르던 플라스틱 화분이었다. 국화는 이미 다 죽고 언제 씨앗이 그곳에 떨어져 발아됐을까. 알 수 없지만 그 작은 싹이 가엾어서 주변의 잡초를 뽑아주고 그냥 살게 두었다.

한해 두 해가 지나 그곳에는 찔레가 자기 집처럼 자리 잡고 자라기 시작했다. 지난해 보니 분홍 찔레꽃이 한송이 청초한 모습으로 외롭게 피었다. 깜짝 놀랐다. 우리 집에서 분홍찔레는 처음 보는 것이어서 '이 찔레를 잘 관리하여 예쁜 나무로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언듯 들었다.

그 뒤 난 분홍찔레를 옥상 오를 때마다 관심을 가졌다. 돌보아 주어야 하는 마음이 들어 한 번씩 꼭 살폈다. 분홍찔레가 그곳에 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곳을 터를 잡아 사는 모습이 대견했다. 아마 옥상에 가끔 오는 새들이 잘 영근 찔레 열매를 따먹고 옥상에 놀러 왔을 때 그곳에다 배설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육거리 시장 꽃집에서 분홍찔레를 한 포기 사고 싶었다.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쳤었다. 그런데 자연스레 우리 옥상에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보통은 그 작은 것을 뽑아 버리고 그곳에 채소 한 포기라도 심어 가꾸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지 않는가.

나는 그것보다는 찔레가 자라기를 기다렸다. 오랫동안 꽃과 가까이 살다 보니 꽃들의 삶이나 우리 사람들의 삶도 생명 있음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 기다림은 쉬운 것은 아니다. 처음 씨앗이 떨어져 발아되어 자라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특별히 나무꽃은 삼목이 아닌 씨앗으로 하는 경우엔 긴 긴 시간 인내가 필요하다. 기다림 속에 계절이 바뀌어야 되고 시간이 쌓여야 한다..

도심지의 옥상, 그것도 화분에서 발아되어 꽃까지 피는 것을 보니 참 대견하다. 우리 옥상에서 자란 것이 참 신기하고 놀랍다. 생명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감사하고 기특하고 그렇다. 난 언제 식물들, 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퍽 요원하다. 아마 그날은 내가 하늘나라로 가는 날이 아닐까 싶다. 그 꽃이 지면 예쁜 화분에 제대로 심어 더 좋은 집을 마련해 주어야 하겠다.

타국에서 우리 쌍둥이 형제는 산다. 처음 그곳에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여러 시련을 겪었겠는가. 이제는 시민권과 영주권이 있으니 그간의 어려웠던 삶의 여건들을 헤치고 지냈을까. 홀로서기하며 지냈던 모습들이 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 속에 펼쳐진다. 지금은 자신들의 꿈을 조금씩 펼쳐가며 타국에서 적응해 당당하게 살아간다.

연분홍 찔레꽃의 작은 얼굴은 내 마음을 데려가 아이들을 생각나게 하는 오월의 천사가 아니었던가. 이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그리며 분홍찔레꽃의 모습을 한번 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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