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둘만 남는다

2009.07.14 16:49:28

우제영

보은읍 이평리

나는 결혼 4년차에 아이 둘을 둔 내 아내의 남편이자 아빠이다. 신혼 초 아이를 갖기 전에는 모든 관심사가 둘만의 일상이었다. 직장에서 괴롭히는 상사는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무슨 선물을 해 줄지…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아내에게 이렇게 묻는다. "큰애는 유치원에서 별일 없었어·" "작은 녀석은 우유 잘 먹고 아픈 데는 좀 낳았고·" 그리고 나선 저녁을 먹고 시간이 되면 애들하고 산책하고 들어와 목욕시키고 바로 재운다.

그 어디에도 내 아내의 자리는 없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애들 교육 문제, 집안의 사소한 일 등으로 잦은 언쟁도 늘고 서로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짜증이 먼저 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문득 아내와 내가 '이웃사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옆집에 사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 하 듯 한 집안에서 살면서 담을 쌓고 따로 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원인이 뭘까·" 생각해 봤다. 그렇게 좋아서 결혼했는데 이제는 서로 '소 닭 보듯' 하니 나름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첫 애를 출산할 때 분만실에서 꼬막 8시간을 함께하고 마지막 순간 탯줄까지 자르며 태어난 애보다 긴 시간의 고통을 참아내고 그래도 환하게 웃어 주었던 아내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올해 1월 둘째가 태어났다. 처음부터 산부인과 의사가 둘째는 첫째보다 쉽게 나온다고 안심을 시켜줘서 그런지 큰 무리 없이 둘째를 낳았다.

이제 큰애는 미운 3살 되었고 7개월이 다 되어 가는 둘째는 기어 다닐 준비를 하는지 뒤집어 바닥에서 슈퍼맨 자세를 온몸에 땀이 맺힐 정도로 열심히 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녀석들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온 신경이 애들한테 가 있어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를 잊고 살았던 것이다. 아빠로서 나는, 그리고 엄마로서 아내는 아이들 문제가 곧 우리 인생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는 녀석들도 독립하여 우리 곁을 떠나 제 삶을 살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다 큰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느끼는 우울증을 '빈집 증후군'이란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애들 엄마로서의 아내가 아니라 내 평생 배우자인 아내로 다시 한번 그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인생이란 긴 항해에서 나중에는 나와 아내 둘만 남아 나머지 남은 항로를 가야한다.

가족은 중요하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좋은 관계가 가족의 평화를 부른다.

오늘부터 한 지붕 '이웃사촌'을 몰아내고 '아내'를 찾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하기로 했다. 퇴근이나 전화를 하면 아내가 밥을 잘 챙겨 먹었는지, 또 하루는 잘 보냈는지 먼저 물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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