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도 손님 없어요"

음성 대소면 외국인 전용매장 풍경

2009.07.19 23:51:43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손님이 줄어 썰렁하기만 한 음성 대소터미널 내 외국인 전용슈퍼에 중국 연변이 고향인 김규관 조선족 근로자가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고자 들러 주인인 슈퍼 사장인 한기성씨가 동전을 세고 있다.

"환율도 오르고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 장사가 예전보다는 덜 대는 편이예요."

요즘 음성 대소면 지역에는 출입국관리소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던 외국인 전용 슈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대소터미널 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슈퍼에는 손님이 줄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평소 주말이면 우리나라 최대 외국인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고 서울 동대문으로 쇼핑을 가던 이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로 붐볐던 대소터미널도 한적하기만 했다.

지난해 초 대소터미널 내에 외국인 전용 슈퍼를 연 한기성(41·청주시 금천동)씨는 "언제부터인가 대소지역에 한 한국인 여성이 까만 피부를 가진 외국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괴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 때문인지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 슈퍼를 이용하던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취를 감춰 예전보다는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또 환율이 오르며 덩달아 물건 값도 올라 그나마 이용하던 단골들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대소터미널 내 슈퍼에는 북적거려야하는 손님이 줄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 대소지역에는 그다지 크지 않은 면 소재지이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전용슈퍼가 4곳이나 되며 외국인 근로자가 통계상 1천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불법체류 자와 용역회사가 타 지역에서 데리고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합치면 족히 2-3천명의 외국인이 대소지역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들의 전언이다.

3곳은 한국인이 각 나라의 물건을 모두 취급하고 있으나 그 다지 규모가 크지 않고 1곳 또한 5평 남짓 규모로 필리핀에서 이곳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이 모국의 제품만을 팔고 있으나 장사가 되지 않자 평일 오후와 주말에만 문을 열고 있다.

이날 기자가 필리핀인 전용슈퍼를 찾았을 때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한국인 남편이 쉬는 날로 가게를 청소를 하고 있었으며··필리핀인 전용 슈퍼인 관계로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부인은 현재 일용직으로 회사에 나가고 있다"며"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해서 할 수 없이 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소터미널 내 전용슈퍼에서는 슈퍼 주인인 한 씨와 함께 2시간여 동안 가게에 앉아 지켜보았지만 4명의 외국인 근로자만이 슈퍼를 이용하는데 그쳤다.

그 중 한 조선족 근로자는 동전(6천950원)을 바꾸러 들렸고 2명의 미얀마 근로자는 국제전화카드를 사러 온 것이며 필리핀인 1명은 고장 난 전화카드를 교체하려 슈퍼를 이용했을 뿐이다.

동전을 지폐로 바꾸러온 중국 연변이 고향인 김규관(43) 조선족 근로자는"중국에도 동전이 사용되고 있으나 잘 사용치 않고 갖고 다니기가 불편해 동전이 생기면 지폐로 바꾸어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음성 대소지역 외국인 전용슈퍼들.

이곳에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 17개국의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용하고 있고 가장 많이 나가는 상품은 전화카드이며 중국 교포들은 술을, 그 외 외국인들은 그들 나라의 라면을 많이 사가고 있다

한 사장은"종종 외상을 요구하는 외국인들도 있어 난감하다" 며"외상을 요구하는 외국인도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태국, 중국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물건을 사려고 와서 돈이 조금 모자라면 돈을 다시 가져와 사가는 반면 몽고와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근로자들은 몇 번 이용하고 서로 안면을 익히면 서슴없이 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1인당 4-5만원까지는 외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많은 외상값을 떼어보지 않았다는 한 사장은 그래도 주말이면 손님 확보를 위해 슈퍼를 찾는 고객들에게 요구르트를 하나씩 주고 있고 동전 교환, 전화카드 교체 등 돈이 되지 않는 일에도 정성을 다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맞이하며 장사가 잘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 사장은 마지막으로"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언어소통이 무엇보다 문제이긴 하나 다 알아들었다고 판단해 돌려보내려고 하면 사장님 나쁘다며 욕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비록 이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전체가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되도록 이면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다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소지역에 떠도는 성폭행 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통화에서 확인됐으며 출입국관리소에서의 불법체류자 단속 역시 이와는 무관하며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단속이다.

음성 / 노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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