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애매모호' 선거법 불만

음료 가능·술 불가 등 기준 혼란… 지자체 행사·행정 위축

2009.09.15 14:14:06

"비싼 물은 되고 술은 안된다니 혼란이 일어납니다."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두고 최근 옥천지역에서 이장단 워크숍 화합행사시 물병에 담긴 소주가 제공돼 선거법 위반논란이 일고 있다.

옥천군수가 이 술을 제공했을 경우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4일 옥천군이장단워크숍에 참석한 200여명의 이장에게 500㎖짜리 생수병(페트병)에 담겨 제공된 소주는 대략 100여병.

이장단협의회 측은 "애초 행사를 준비하던 공무원에게 '저녁식사 때 반주를 곁들이자'고 제안했지만 '선거법 때문에 곤란하다'는 답변이 나왔다"며 "모처럼 이장들이 만나 화합을 다지는 자리여서 약간의 술은 필요했지만 버젓이 내놓고 마실 형편이 못돼 생수병에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날 술을 둘러싼 선거법 시비는 이장단협의회가 제공자로 판명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행사를 준비한 공무원과 이장들이 여러 차례 선관위 조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이 일로 인해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선거법 일부 규정이 지나치게 경직된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너무 엄격한 데다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규정도 곳곳에 숨어있어 자치단체 입장에서 시비를 피하려면 거의 모든 행사에 대해 선관위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하소연도 섞여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112조)은 자치단체장이 하급기관을 방문해 업무보고나 여론을 청취하면서 제공할수 있는 음식물을 '다과류'로 제한했으며 공직선거관리규칙(50조)도 정당이나 후보자가 사무실 개소.현판식 등에 통상적인 식사.다과 등을 제공할 수 있게 하고서도 유독 주류는 제외시켰다.

또 이 규칙은 자치단체장이 축.부의금품(화환.화분 등)을 할 수 있는 소속 직원 범위를 본청 상근직원으로 제한해 읍.면.동 직원과 구분지었다.

생수.차 등 음료는 되지만 술은 안 되고, 같은 자치단체에 속한 공무원이라도 근무지에 따라 관계를 달리해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다.

옥천군 관계자는 "관행이나 상식을 토대로 행사 등을 열었다가는 낭패 보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모두 선관위 자문을 받고 있다"며 "선관위도 '시비 소지가 있을 경우 가급적 하지말라'는 입장이어서 정상적인 행사나 행정조차 위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술을 특별히 규제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매수하거나 이해관계를 유도하기 유리한 수단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가 마련하는 모든 행사에서 무조건 음주가 불가능하다기보다는 술이 등장할 경우 법에서 정한 통상적인 식사비(1인당 7천원)를 초과할 가능성이 커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선거법 제한이 있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조례.규칙으로 규정한 경우 예외 적용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장 임무와 실무변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기진작 행사를 마련하거나 통상적인 식사제공 등이 가능하고 '자치단체장업무추진비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읍.면.동 직원한테도 축.부의금품이 허용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해명했다.

앞서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으로 구성된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27일 "현행 공직선거법은 자치단체장의 통상적인 업무수행을 과도하게 제한해 대민행정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중앙선관위와 행정안전부 등에 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옥천 / 윤여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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