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의 부재

2009.09.21 17:52:14

딸아이 아침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어린아이 우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무슨일인가하고 밥차리다 말고 나가봤더니 잠옥차림의 사내아이가 "엄마, 엄마 "하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아가야 몇살이니?"물어보니 네살이란다. 콧물, 눈물이 범벅이 되고 기침까지 해대며 울길래 일단 집으로 데려와서 과자를 주며 달랬다. 경찰에 신고를 먼저 해야하나, 어쩌나, 하다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최OO란다.

딸아이한테 종이에다 네살 최OO 101호 보호중이라고 몇장을 써서 벽에다 붙이고 그 와중에 아기에게 나에 대해 물어봤다. "아줌마라고 할래, 할머니라고 할래?"

아이는 아줌마란다. 주책맞게 기분까지 좋아지며 이 상황이 황당하지가 않다. 딸아이에게 "오늘은 네가 밥좀 차려 먹을래?"했더니 먹는 둥 마는 둥 아기 걱정만하고 학교에 갔다."아기야 집이 어디야?", "몰라. 엄마, 아빠 회사갔어" 아이는 같은 소리만 반복했다.

잠옷차림으로 봐선 가까운데 사는 아이 같은데. 올 5월에 이사와서 같은 빌라사는 사람도 다 모르는데 '1층 세집과 말은 안해봤어도 대충 얼굴 알고 2층 1호는 얼굴 알고, 2호는 아이없고, 3층은 혼자 다쓰고. 203호인가?' 혹시나 하고 벨을 눌러보니 기척이 없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불은 다켜있고 아이의 장난감, 로봇 등이 보인다.

'빈집이다. 어쩌나?' 마침 택배 아저씨에게 메모해둔 전화번호가 보여 전화해봤더니 아이엄마의 예전 번호라고 상대방이 짜증을 낸다. 냉장고에 어린이집 전화번호가 있어 걸어보니 이른 시산이라 그런지 전화를 안 받는다.

다시 집으로 내려와서 아기에게 물어보니 그집이 맞단다. 아기에게 밥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OO가 아니고 □□인데 아빠한테 연락해줘서 겨우 통화가 됐다.자기는 회사에 갔고 아이가 자는 동안에 엄마가 온다 했는데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거실에 TV가 없다고 투정이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갔는데 아기엄마가 찾아왔다. 처음보는 얼굴이다.

그런데 왜 내가 미안할까. 아기의 엄마는 아기를 나무란다."엄마가 밖에 나가지 말랬잖아."

아기는 배꼽인사를 하며 엄마를 따라갔다. 이웃과의 소통이 없으니 간간한 문제도 어렵게 지나간 조금은 산만한 아침이었다.

문미옥/ 청주시 용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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