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고 두려워 말자

2009.09.29 13:33:13

김유리

보은군 청년 인턴

올해 2월 졸업 이후 나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고향인 보은으로 내려오게 됐다.

졸업 후 서울로 올라가 취업하는 것이 꿈이었던 나였지만 내세울만한 자격증, 토익점수, 경제적인 사정까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로 가는 것은 접어야 했다.

보은으로 내려온 후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걱정, 고민도 했고 취업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져보았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니 나랑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감도 없어서 지원해 보지도 못한 채, 아무 노력 없이 2달을 그냥 흘려보냈다.

2달정도 하는 일 없이 집에서 계속 빈둥빈둥 지내다 보니 취업을 하지 못한 절망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에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지인으로부터 행정인턴을 뽑고 있으니 지원해보라는 연락을 받았고, 즉시 이력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2명을 선발하는 행정인턴에 선발됐다.

스무 살 이후 경제활동에 대해 묻는다면 정말 부끄럽게도 이렇다 말할만한 것이 없었던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기고 보니 예전에 가졌던 절망감과 불안감은 사리지고 앞으로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근무하게 된 부서는 보은군청 건설방재과이었다. 처음 왔을 때는 이 부서에 대해 낯설고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지게 됐다.

어느 조직에 속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처음이라고 겁내고 두려워하지 말고 '할 수 있습니다. 해보겠습니다.'라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보다 먼저 인생을 살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한 분들의 소중한 한 마디에 귀 기울이는 것은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생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타 부서의 직원 분들뿐만 아니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부터 공익요원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땀 흘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배우며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행정인턴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열매이며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행정인턴 중에는 부푼 기대를 품고 왔으나 본인의 기대치에 만족하지 못해서 중도하차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업무분장에 대한 불평ㆍ불만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초년생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문적이고 능숙한 실무경험을 쌓는 것보다도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책임의식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를 끓이면 어떠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면 어떠할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작은 일이라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보이지 않는 일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적극성을 발휘한다면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남은 2개월,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가슴 벅찬 마음으로 군청 문을 열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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