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지쟁(君子之爭)을 바란다

2009.12.28 20:16:52

항상 연말이 되면 지나온 그 한 해를 평가하며 다가오는 한해의 희망에 대해 기원을 하게 되는데 이때 지난 한해를 평가하는 말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나온 한 해는 말 그대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또 많은 어려움이 있어왔다.

사람들은 해마다 이런 다사다난을 겪으면서도 어리석게도 그리고 현명하게도 새로운 한 해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품고 또 언제나 그러했듯이 다사다난한 한 해를 인내하며 새로운 '희망찾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를 갖고 '희망 찾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나온 한 해에 대한 반성과 그 반성에서 비롯되는 문제해결의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교수신문은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인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

이는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일을 도모함을 비유할 때 쓰이며 정도(正道)를 걷지 않고 사도(邪道)를 고집해 일을 순리대로 타결하지 않고 억지로 밀어붙임을 의미한다.

이 신문은 2008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병이 있음에도 의사에게 보여 치료받길 꺼린다는 뜻의 '호질기의(護嫉忌醫)'를 선정했었다.

호질기의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가 '통서(通書)'에서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2008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나 2009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의 공통점에는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통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바르지 못한 행태가 고스란히 녹아있고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문제해결의지 없이 또 우리사회는 갈등의 요소를 안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보은군도 올해 속리산유통의 채무보증 승인안과 관련해 시작한 의회와 집행부간의 갈등이 내년 예산안에 대한 삭감으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집행부에서 3억7천5백만원을 요구한 보은대추축제 예산은 2억7천5백만원이 삭감돼 1억원만이 살아남았고 푸드뱅크사업(2천550 중 1천550삭감)과 화학비료지원사업(1천 중 500삭감)등 저소득층과 농민지원사업도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다는 불요불급(不要不急)의 이유로 내년 예산이 반토막났다.

물론 예산심의에 대한 권한은 의회가 있고 집행부가 불요불급한 예산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이는 삭감돼야 하지만 보은군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들여다보면 합리적 사고에 의한 결정이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갈등도 그 사회가 발전하는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다퉈도 군자처럼 예의와 품위를 지키고 정도를 가는 군자지쟁(君子之爭)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보은군의회와 보은군이 자신들의 군민에 대한 의무가 무엇인지 되새겨 군민들에게 새해에는 밝은 희망을 가져다 주고 실현시키는 공기(公器)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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