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야 할 곳은 서장실이 아니다

2010.04.06 20:32:01

이찬규 청주상당경찰서장이 화가 단단히 났다.

부녀자 연쇄살인범 안남기의 CCTV영상을 확보하고도 그동안 안을 잡지 못한데 따른 비난의 화살이 몰리고 있는데다 최근 상당서 소속 모 경위가 비위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는 등 상당서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다.

이 서장은 6일 중대한 결심을 한 듯 기자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안을 못 잡은 것에 대해서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며 "향후 2주간 수사과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교육을 직접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서장에 따르면 수사과 전 직원 88명은 4~6명씩의 조로 나뉘어 서장실로 '집합', 특별정신교육 및 기본소양교육을 받게 된다. 이 서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해이해진 직원 기강을 바로잡고 상당서의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교육이 과연 필요한 교육인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

아무리 비난의 화살이 상당서로 향하고 있다하더라도 '궁여지책'식으로 정신교육 몇 시간 한다고 해서 기강이 얼마나 바로 잡히겠냐는 것이다. 이미 경찰학교에서부터 정신교육을 지겹도록 받은 베테랑 형사들이 이번 교육에 귀를 열심히 기울일 지도 의문이다.

경찰 본연의 업무는 '민생치안'이다. 치안에 구멍이 생겨 시민들이 불안에 떤다면 치안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

경찰이 그동안의 잘못을 자성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입장은 이해된다. 그러나 아침마다 일선 형사들을 서장실로 불러들인다면 그만큼 치안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상당서 형사들은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겠다"며 "새로운 각오로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해왔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각오를 민생치안 현장에서 보여주면 된다. 윗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상황이 이럴수록 형사들은 더 현장을 누벼야 한다. 민생의 최전선은 서장실이 아니라 경찰서 밖이다. 다시는 안남기 같은 범죄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더욱 발로 뛰는 청주 경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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