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비장의 카드' 만났다

진천 기상위성센터·청원 기상슈퍼컴퓨터센터 방문기

2010.04.14 19:32:59

"무릎이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몸으로 천기(天氣)를 읽었다. 하늘로 솟아오르지 못하고 주저앉는 굴뚝연기를 보거나 전날보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뒷산 산새소리로 내일의 날씨를 맞혔다.

최첨단 시대에 이르러 일기예보는 기상청 몫이 됐다. 그러나 "예보를 믿느니 할아버지 관절을 믿겠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아직까지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대한 대국민 신뢰는 낮은 게 사실이다.

최근 기상청은 이를 높이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바로 지난 2009년 4월 진천과 올 3월 오창에 각각 건립된 '국가기상위성센터(센터장 서애숙)'와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센터장 이희상)'다.

◇국가기상위성센터

진천군에 들어선 국가기상위성센터 입구에는 직경 13m의 거대한 안테나가 방문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안테나는 오는 5월 발사될 통신해양기상위성 '콤스'와의 통신을 담당하게 된다.

ⓒ강현창 기자
오전 9시 국가기상위성센터의 정문에 들어서자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가 눈에 들어왔다. 직경 13m에 달하는 이 안테나는 오는 5월 발사될 대한민국 첫 기상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Communication Ocean & Meteorological Satellite, 콤스)이 보내오는 기상 정보를 수신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부터 3천549억원을 들여 개발한 콤스는 오는 5월, 프랑스령 기아나의 꾸르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오는 5월 발사돼 올해 말부터 정상 가동될 '콤스'는 매 15분마다 국가기상위성센터 상황실로 기상자료를 보내게 된다.

ⓒ강현창 기자
서애숙 센터장은 콤스 발사를 기상관측 분야에서의 '독립 선언'이라고 평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이 보유한 총 11개 기상위성에서 관측된 자료를 유·무상으로 받아 예보에 활용, 일기예보에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은 태풍이 발생하면 자국민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위성정보를 제공하지만, 한국을 통과하는 태풍에 대해서는 30분 간격의 정규 자료만 내놓는다.

기상청 원재광 사무관이 오는 5월 발사될 통신해양기상위성 '콤스'를 12로 축소한 모형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그러나 '콤스'가 뜨면 평소 15분 간격, 태풍 등 위험기상 발생 때는 8분 간격으로 집중 관측이 가능하게 된다. 기상청은 '콤스' 발사 이후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연간 400억원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수준을 결정짓는 시설이 진천에 들어오게 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정주용 기상청 연구관은 "춘천, 부산, 대구 등 다른 도시에서도 위성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힘을 썼으나 최종적으로 진천이 결정됐다"며 "진천은 유치를 희망한 다른 대도시보다 전파간섭이 적은 곳이라 위성안테나기지를 세우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청원군 오창읍에 지난달 준공된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의 전경.

ⓒ강현창 기자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수신한 데이터는 전용선을 통해 청원군 오창읍에 있는 국가기상슈퍼컴퓨터로 보내진다. 이곳에서는 위성데이터 뿐만 아니라 비행기, 레이더, 선박, 지상관측소 등을 통해 국내에서 수신되는 모든 기상정보를 처리된다.

한꺼번에 들어오는 데이터는 수조개에 이른다. 이런 정보는 보통의 컴퓨터로는 처리할 수 없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있는 슈퍼컴퓨터에는 보통 PC에 한두 개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가 9만 개나 있다. 계산 성능은 682.9테라플롭스. 1초에 682조9천억번 계산을 한다는 의미다. 사람으로 치면 5억5천400명이 1년간 끙끙대면서 해야 할 분량의 계산이다.

청원군 오창읍에 위치한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는 우리나라가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가 설치돼 있다. 2호기 보다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37배 더 빠르다.

ⓒ강현창 기자
이런 엄청난 컴퓨터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그 설비도 만만치 않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는 8천KVA급 전원이 각각 다른 배전반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3대의 비상 발전기와 4천800여개의 밧데리가 설치된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도 운용 중이다. 엄청난 연산에 뜨거워진 컴퓨터는 액화질소로 냉각된다. 이 냉각기도 만약을 대비해 3대가 운용된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이희상 센터장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기상예보 시스템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이희상 센터장은 "컴퓨터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는 수치자료라는 것으로 이것을 토대로 예보관들이 기상예보를 한다"며 "이번 슈퍼컴의 도입으로 최고 수준의 자료를 생산, 현재 세계 9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기상예보 정확도를 오는 2012년에는 세계 6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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