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옷의 그들 '거리의 법' 외치다

청주 흥덕모범운전자회 25일 '법의 날' 맞아 교통질서·준법교육 강조
"관리감독 부분 철저해야"

2010.04.22 20:36:37

편집자 주

오는 25일은 47회 '법의 날'이다. 지난 1895년 4월25일 재판소구성법이 최초로 시행돼 근대적인 사법제도가 시작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법 경시 풍조는 여전하다. 특히 기초질서의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거리는 늘 무단횡단자와 신호위반차량으로 뒤덮여 있다. 이런 가운데 '거리의 법'을 지키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푸른 옷을 입은 그들, '청주 흥덕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다.

흥덕모범자회 회원들은 지난 1월19일 청주 흥덕구 봉명사거리에서 교통질서 준수 캠페인을 열었다. 모범운전자회는 차량 및 보행자 안전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거리에서 택시나 버스를 타다보면 왼쪽 어깨에 'BEST DRIVER'라고 적힌 마크를 단 기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이 바로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다.

모범운전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우선 최소 3년간 사고가 없어야 한다. 운전을 직업으로 하면서 사고를 내지 않는 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전과도 없어야 한다. 까다로운 모든 절차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BEST DRIVER' 마크. 그래서 모범운전자들은 누구보다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때문에 운전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늘 법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도 "한국에서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하며 법을 철저히 지키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청주흥덕모범운전자회 이수일(58) 회장은 "신호등 너머에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이 있으면 조급한 마음에 신호를 무시하고 싶을 때도 있다"며 "그러나 푸른 제복을 부끄럽게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게 모범운전자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우리 교통질서 수준에 대해 물어보자 "아직 멀었다"고 했다. 모범운전자들은 "꼬마 손을 붙잡고 무단횡단을 하는 엄마들을 자주 본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경우는 사고위험도 높다. 아이 걸음이 빠르지 않아 자주 넘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학교에서 준법교육을 시켜봤자 부모부터 잘못된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택시경력 20년의 김종만(53·흥덕모범운전자회)씨는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모범운전자의 '자존심'이라고 말한다.

택시운전 경력 20년인 김종만(53) 기사는 "법은 습관 아닌가. 법을 어기는 것부터 배운 아이가 커서 뭐가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주차 차량도 거리질서를 위협하는 암적인 존재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모범운전자들은 불법 주차된 차에 가려 보행자를 보지 못해 사고 날 뻔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법은 있지만 무용지물인 상황에 대해 모범운전자들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당국을 질책했다.

온성근(57·흥덕모범운전자회 감찰부장)씨는 "무단횡단, 불법주차 등을 하지 말라는 법은 이미 다 마련된 것 아닌가"며 "법은 있지만 단속, 처벌 등 관리감독 부분이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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