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학 위해' 휴대폰 6개월 압수

청주지역 여고 "교칙위배 정당한 절차"
학부모 "밤길안전 걱정… 지나친 처사"

2010.04.27 20:27:43

청주의 한 여고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의 휴대폰을 압수한 뒤 6개월 간 돌려주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교칙에 의한 정당한 압수"라는 학교 측과 "자녀의 밤길 안전을 위해 휴대폰은 있어야 한다"는 학부모 측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해당 학교가 이 학교 3학년 A(18)양의 휴대폰을 압수한 때는 지난 3월. '학교 내 휴대폰 소지 금지'라는 교칙에 위배됐기 때문이다.

A양은 당시 휴대폰의 전원을 꺼놓고 있었지만 일괄적인 소지품 검사에서 적발, 면학 분위기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압수당했다.

문제는 압수 기간이 6개월이나 된다는 점. A양의 경우 오는 9월까지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의 휴대폰 기본요금과 약정요금은 A양의 부모가 내야 한다.

A양의 부모는 이 같은 처사가 부당하다고 판단, 학교 측에 휴대폰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예외규정은 없다"며 A양 부모의 요청을 거절했다. A양의 부모가 "요즘 밤길 안전사고가 너무나 많아 고3인 딸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양에게만 특혜를 줄 경우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A양의 부모는 "휴대폰 소지와 면학 분위기 조성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수업시간에는 전원을 꺼놓는데도 무조건적으로 소지할지 말라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다른 학부모들도 탄력적이지 못한 교칙운영을 지적하고 나섰다. 교칙이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존재해야지 통제나 징계를 위해 존재해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여고생의 경우, 밤길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높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교칙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학교 학부모 B(46)씨는 "다른 학교의 경우, 오전에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걷어 하교 시에 돌려주고 있다"며 "이를 어길 경우 일주일 간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는데 반해 유독 이 학교 교칙만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교칙에 의해 행해진 정당한 절차"라며 "다수의 학생을 위해 강력히 추진하는 방침인 만큼 압수한 휴대폰을 돌려줄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지난 2008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한 '학교 내 휴대폰 소지 금지' 교칙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강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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