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보다 못한 ‘철새 정치인‘

2007.02.04 23:15:12

요즘 들어 정치인들의 이동에 관한 소문과 보도가 많다.

이 당 저 당을 왔다 갔다 하거나 같은 당에서도 이 계파 저 계파를 넘나드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에 대한 얘기다.

지지 정당에 관한 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월등히 높게 나오니까 다른 당의 어떤 어떤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을 타진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를 뒷 받침하듯 한나라당 안에서는 “한나라당 정체성을 중도 보수 실용주의로 이동하고, 외연의 확대를 위해서 문호를 개방해야 할 것”(김무성 의원)이라는 주장과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할 분들 중 ‘한나라당행’을 생각하는 분이 많다고 하는데 절대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권영세 최고위원)는 주장이 맞부딪치고 있다.
실제로 이웃 충남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있었던 한 원로인사가 최근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귀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호남권에서는 현역 의원 서너명이 민주당행 의사를 비췄으나 민주당에서 “당의 외연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직 답을 주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한편 한나라당 안에서도 유력대권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양 진영으로 현역 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이 이동하는 문제가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다. 곧 있을 당내 대권주자 경선의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지지도 1위였던 박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이 최근 이 전 시장의 인기가 오르니까 돌변하여 이 전 시장 진영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풍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철새 정치인’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으며 차갑기 그지 없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그 지망생들이라면 당연히 세금·부동산·교육·복지·경제·외교통상·국방 등에 관해 나름대로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서로 “우리는 저쪽과 크게 다르다”며 정책 사안마다 정 반대의 의견으로 충돌을 빚는데 어떻게 그 소속의원들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논어 자로편에 ‘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小人同而不和(소인동이불화)’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군자는 남들과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지만, 소인은 반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부화뇌동할 뿐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짧게 줄여 ‘화이부동’이라 하는데 중용에도 ‘화이불류’(和而不流) 즉 ‘남들과 화합하되 횝쓸리지는 않는다’라는 같은 뜻의 말이 있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나 처신 방식을 알려주는 말로써 이 ‘화이부동’보다 더 적합한 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소신없는 정치인을 ‘철새’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 조류학자 등이 펄펄 뛰고 있다. 진짜 철새들은 줏대없이 왔다 갔다 하는게 아니고 자신들이 이동해야 할 경로를 질서있고 정확하게 옮겨 다니는 것인데, 형편없는 정치인과 동일시하면 철새들이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철새 정치인’들은 철새만도 못함이 분명하다.

박 종 천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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