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인사특위‘ 를 보며…

2007.04.23 01:51:26

충북도의회에 ‘인사특위’가 우여곡절 끝에 생기는 모양이다.

도의회가 최근‘인사특위’까지 구성해 정식으로 정우택 지사의 낙하산 · 정실 · 보은 인사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도의회가 이제서 ‘인사특위’를 만드는 것은 때 늦은 감이 있을뿐더러, 그 배경에는 본래의 목적 외에 정 지사와의 자존심 싸움이 자리 잡고 있어 개운치가 못한 구석도 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절대 다수인 현재 도의회는 지금까지는 같은 당 소속인 정 지사와 집행부에 대해 ‘감시와 견제’의 날선 모습 보다는 적당히 협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월 공모제로 선발한 김양희 복지여성국장의 자격문제로 시민단체들이 연일 시위와 성명서를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돼도 의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소속 최미애 의원만 나섰을 뿐 모두들 애써 외면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연초부터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도 산하단체 및 출연기관 등의 인사에 대해 정 지사와의 관계를 들춰내며 ‘정실인사’ ‘보은인사’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도의회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 사이 정 지사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나 정 지사 고향(지역 선거구)사람들이 도 산하기관, 출연기관 등에 속속 임명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성명서를 발표,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문제들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정 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도의회는 그제서야 움직였다.

지난 16일 이필용 의원이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최근 충북도의 인사는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 정실 인사, 보은 인사로 변질되고 있다”고 질책한 것이다.

때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 지사가“도지사의 인사가 정실·낙하산·보은 인사로 점철되어 있는 듯이 말을 생산하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도정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감정 싸움이 시작됐다.

이에 도의회가“도민 대의기관인 의회 지적에 대해 멸시하는 어투로 반박한 것은 의회를 경시하는 처사”라며 ‘인사특위’카드를 꺼냈고, 다시 집행부는“나름대로 해명한 것 뿐인데 의회에서 과민반응 한 것”이라고 일축, 양측 간의 자존심 싸움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아무튼 때가 늦었든, 생기게 된 이유가 자존심 싸움 때문이었든 이제 의회에 ‘인사특위’가 구성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그 동안 도의회에 비판적이었던 한 시민단체마저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의회의 용기있는 결단에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힘을 실어 줄 정도였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진부한 말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인사는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해당 조직의 기능마저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민선 4기 들어 정 지사의 인사 행태를 놓고 언론에서, 시민단체에서, 도의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정 지사는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따랐고, 나름대로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이므로 아무 문제없다”며 독불장군식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표현대로 “이번 특위 구성을 계기로 도의회가 집행부의 독단과 독선을 바로잡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정 지사도 자신의 인사 스타일을 되돌아 봐야 하는 것은 도민들의 당연한 주문
일 것이다.

박 종 천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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