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새로운 창, 엑스포

2010.06.30 15:51:05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지난 4월 30일 밤 중국 상하이 황푸강 동쪽의 동방명주에서 찰나의 미학이 펼쳐졌다. 상하이엑스포 시작을 알리는 불꽃놀이이자 중국의 자존심인 연단술(煉丹術)을 폼나게 연출한 것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저것들을 보면서 황홀하고 허무한, 농축된 강렬함과 섬뜩하도록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시리고 아팠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T.W.아도르노는 "불꽃놀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완벽한 형태"라고 했다. 최고의 경지에서 태어난 뒤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랬다. 2년 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똑 같은 생각을 했다. 1부 '찬란한 문명'에서는 진시황의 위용과 그들의 4대 발명품(나침반, 종이, 화약, 인쇄술)을 차례로 강조하는데 그림두루마리, 문자, 희곡오페라, 실크로드, 예악과 같은 그들의 독창적인 문화콘텐츠를 통해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며 황홀경에 빠지도록 표현한 것이 압권이었다. 2부 '환희의 시대'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피아노 신동의 공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표현하는 태극권, 우주에 대한 소망을 펼쳐 보이는 군무와 불꽃쇼에 이르기까지 순간순간을 최첨단 디지털 영상기법을 동원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왜 중국의 문화를 이처럼 다양하고 화려하며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팍스 로마나'라는 말처럼 앞으로 모든 삶의 코드는 문화로 집약될 것이고 문화를 통해 번성할 것이며 문화에서 지역과 국가가 상생 및 발전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지금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엑스포의 화두 역시 중국관이다. 18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독립관 중에서 주최측인 중국은 자국의 문화적 수월성을 아낌없이 알리려는 몸부림으로 가득하다. '오리엔탈 크라운'이라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고, 100m 길이에 1068명의 인물이 살아 숨쉬는 듯한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70명의 아티스트가 2년에 걸쳐 그린 작품이다. 또 중국 주요성시연합관은 중국 전역의 아름다움을 한곳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인기와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한국관도 연일 문전성시다. 3인치의 설치미술작가로 알려진 강익중씨가 한글 작품 '내가 아는 것'을 인쇄한 알루미늄판으로 한국관 외벽을 덮고, 내부에는 '폭포' 작품을 설치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화된 문화가치를 강조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규모의 축제다. 올림픽이 스포츠 모든 장르를 겨루는 게임이고, 월드컵이 축구만의 진검승부라면 엑스포는 경제ㆍ과학ㆍ문화올림픽이라 할 것이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만국공업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엑스포는 지구촌의 모든 민족을 하나로 묶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그리하여 새로운 미래가치를 발굴하는 정보의 장이자 문화의 곳간이며 축제의 마당이다. 세상의 으뜸이라는 발명품도 엑스포를 통해 선보였다. 1851년 런던에서는 증기기관과 방적기를 처음 선보였으며, 1862년에는 재봉틀과 세탁기가 소개되었다. 1876년 필라델피아에서는 전화기가, 1878년 파리에서는 냉장고와 전등이,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비행기가, 1939년 뉴욕에서는 텔레비전과 로봇이 첫 선을 보였다.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밝힐 문화콘텐츠가 무엇인지 기대와 긴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다.

우리도 한방엑스포, 여수엑스포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공의 관건은 오직 하나, 엑스포를 통해 글로벌 리더의 위상을 갖출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도 지역주의와 정치적인 논리, 그리고 낡고 고루한 이념 논쟁과 이벤트성 사업에 심신이 피폐화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문화적인 사고, 문화적인 판단, 문화적인 행동, 문화적인 생산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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