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10대들

합숙하며 인터넷 물품사기
"못하겠다" 친구 감금 폭행

2010.09.07 21:11:53

또래 친구를 감금·폭행한 10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터넷 물품사기로 돈을 벌어보자고 모인 이들은 한 친구가 범죄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무자비한 '신고식'을 벌인 것이다.

◇범죄 저지르며 합숙하던 친구들

청주상당경찰서는 7일 함께 지내던 A(18)군을 감금한 뒤 머리털을 태우는 등 폭행을 한 B(16)군 등 10대 소년 4명에 대해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감금에 가담한 B군의 누나(여·2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군 등 10대 4명은 약 2주전부터 인터넷 물품사기로 돈을 벌어보자며 모여 합숙을 하던 사이였다.

처음 A군이 이들을 만난 것은 지난달 30일. 서울에 살던 A군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C(여·17)양을 만나기 위해 청주에 내려왔다.

A군은 C양과 함께 어울리던 B군 일행을 알게 됐고, 이 자리에서 B군은 A군에게 범죄의 손길을 뻗쳤다. 다름 아닌 인터넷 물품사기로 큰돈을 벌 수 있으니 통장계좌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것.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 A군은 통장을 만들어 B군에게 넘겨준 뒤 청원군 가덕면 금거리 모 주택에서 함께 지냈다. 지난 4일까지 이들은 인터넷 물품사기를 통해 A군의 통장으로 67만원을 입금받아 유흥비와 생활비로 썼다.

◇그만하겠다는 A군… 라이터로 머리털 태워

그러나 지난 5일 양심의 가책을 느낀 A군이 "더 이상 범죄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친구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됐다. B군 등은 A군을 집안에 감금한 뒤 온몸에 폭행을 가했다.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벗긴 뒤 입안에 담뱃재를 터는가 하면, 라이터 불로 머리카락과 다리털을 지지기도 했다. 5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도 뺐었다. 이 과정에서 B군의 누나도 감금에 가담했다. 5일 밤 10시부터 시작된 폭행은 무려 16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들의 범죄는 A군이 지난 6일 오후 2시께 B군 등이 지쳐 잠든 틈을 타 창문을 통해 탈출, 경찰에 위치를 신고하며 막을 내렸다.

B군은 경찰에서 "인터넷 물품사기를 계속하려면 A군의 통장이 꼭 필요해서 그랬다"며 "조금 겁을 준다는 게 너무 지나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넷 물품사기와 관련된 A군의 통장 내역을 조사, 이들 모두를 사기 혐의로 추가 입건할 예정이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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