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도소 재소자 전국기능대회 金

"아들 앞에 떳떳한 아빠이고 싶다"
"제작 게임 아들과 함께 할날 왔으면"

2010.09.14 19:30:39

최 씨가 이번 전국기능대회에 제출한 횡스크롤 액션게임 '독도를 지켜라'를 시연하고 있다.

ⓒ강현창기자
"열심히 훈련해서 출소 뒤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청주교도소에서 만난 최모(35)씨. 그는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4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게임개발 직종에서 젊은 학생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의 게임이 획득한 점수는 88점. 2위를 차지한 고등학생들의 게임보다 10점이나 높은 점수였다.

게임개발 직종은 게임고와 정보고 학생들이 대입특혜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분야다.

청주교도소 관계자는 "인터넷 등 각종 정보가 차단된 재소자가 쟁쟁한 학생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딴 것은 교도소 내에서도 기대하지 못한 쾌거"라고 말했다.

최 씨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12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8년째 청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중죄였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아내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최 씨는 사건 뒤 곧바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행인의 도움으로 실패하고 법정에 서게 됐다. 당시 최 씨의 아들은 생후 10개월 젖먹이에 불과했다.

교도소라는 작은 세상에 갇혀버린 최 씨. 젖먹이 아들이 있는 곳은 높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 이상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바깥세상이 돼버렸다.

처음 교도소에 수감된 뒤에는 마냥 죽고만 싶었다. 세상 모두가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끝 모를 좌절 속에서 그를 일으킨 것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다시 삶을 부여잡기 위해 최 씨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기능경기대회 출전. 최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직업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PC수리 자격증과 사무자동화 자격증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기능대회 출전을 준비하던 중 지난 2008년 '게임개발' 직종이 2009년 기능대회에 신설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한창 게임을 좋아할 나이의 아들이 떠올랐다. 주저없이 게임개발을 선택하고 훈련에 들어갔다.

교도소 측에서도 최 씨를 위해 밤에도 프로그래밍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사동 내에 컴퓨터를 설치해줬다. 최 씨는 하루 8시간의 훈련공과시간이 끝난 뒤에도 밤을 지새우며 프로그래밍에 매달렸다.

그 결과 최 씨는 지난해 열린 충북도 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전국대회 입상은 실패했다.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지역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주변에서는 칭찬이 이어졌지만 최 씨는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린 끝에 올해 열린 충북기능대회와 전국기능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가 이번 전국대회에 제출한 게임 이름은 '독도를 지켜라'. 독도를 침공하는 가상의 적을 대한민국의 전투기와 군함을 조종해 물리치는 횡스크롤 액션게임이다.

최 씨는 "9살 아들은 제가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세상이 허락해 준다면 출소 뒤 아들과 같이 앉아 제가 만든 게임을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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