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산꼭대기에 물저장고 남겼나

충주 장태산 집수정 유적 관심
불상·깨진 도기편 출토…신앙의식인듯
일부에선 충주호족 유긍달 관련설 제기

2010.11.15 16:01:37

통일신라시대에 경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주 장태산 집수정(集水井)은 구릉 정상부에 위치하면서 남향을 하고 있다.


지난달말 충주시 금가면 장태산 구릉 정상에서 발굴된 나말여초(추정)의 집수정(集水井) 유구가 갈수록 지역 고고학계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함께 발굴된 유물들도 복합성을 띄고 있어, 충주 선사~중세시대 문화상을 복원하는데 적지 않은 정보를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충북도문화재연구원(원장 장호수)은 충주-음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인 충주시 금가면 장태산 구릉에 대한 발굴조사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청동기 주거지, 백제초기 옹관묘, 토광묘, 토성 토루, 환호, 집수정, 화덕, 소형금동불상, 마형대구 등 청동기부터 나말여초까지의 유구와 유물들을 무더기로 발굴했다고 지난달말 밝혔다.

이중 집수정은 △인근에 목계나루가 존재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장미산성이 존재하는 점 등의 입지를 지니고 있어, 지역 고고학계의 호기심을 갈수록 자극하고 있다.

발굴을 맡았던 노병식 책임조사원은 "일대는 육운과 수운이 만나는 교통의 결점점"이라며 "따라서 당시 존재했던 나말여초의 토성은 교통로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집수정 안에서는 통일신라 소형 불상과 함께 도기편이 많이 나왔다"며 "따라서 집수정이 마지막으로 경영된 시기는 통일신라시대로 봐야 할 것 같고, 늦어도 고려초기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궁금증은 당시 어느 집단이, 어떤 용도를 위해 장태산 구릉 정상(133m)에 인위적으로 집수정(너비 3.15m, 높이 0.8m)을 조성했는가에 맞춰지고 있다.

장태산 정상은 38번 국도가 지나가면서 이미 일부가 절토됐으나 아직도 주변 지형에 비해 봉긋 솟아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장 설명회에 참석했던 차용걸(충북대·역사교육과) 교수는 △집수정이 구릉 정상부에 위치하고 △도기편이 거의 대부분 깨진 상태로 출토된 점 등을 강조했다.

그는 "일련의 것을 종합하면 당시 집수정에서 신앙과 관련된 의식(儀式)이 행해졌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러나 그 의식이 순수 불교인지, 아니면 토속신앙이 일부 결합된 것인지는 좀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박혁거세가 나정(蘿井·국가사적 제 245호))이라는 우물가에서 태어났다는 설화에서 보듯 신라는 우물과 관련된 신앙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집수정이 신라 우물신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당시 충주지역에 지방문화가 번성했던 점을 들어 당시 최대 호족인 유긍달(劉兢達)과의 관련설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 설은 일대가 중앙탑이 있는 가금면 탑평리나 지금의 충주시내와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 아직은 크게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아니더라도 이번에 발굴된 유구와 유물은 청동기, 원삼국,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초 등 워낙 다양한 시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어 충주지역 선사~중세시대 문화상을 복원하는데 획기적인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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