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담은 앨범 사진, 역사가 되다

사진·글로 엮은 청원 부용면지 발간
일제 강제징용 등 근대사 '고스란히'

2010.11.22 18:46:04

청원 부용면지가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일제 강제징용을 떠나기 전의 부용 청년들 모습이다.

흔히 면지(面誌)하면 깨알같은 글씨와 한문투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면지가 등장, 지역 역사계와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원군 부용면(면장 이규상)이 얼마전 (재)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원장 장호수)과 공동으로 면지 '부용 이야기'를 출간했다.

240여쪽 분량의 부용면지는 '삶의 터전 이야기', '삶의 흔적 이야기', '부용 사람 이야기', '삶의 틀 이야기', '기억의 조각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제목에 이야기라는 말이 들어간 것에서 보듯 부용면의 역사를 사진과 글을 통해 스토리 식으로 편집, 종래 면지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삶의 이야기' 편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과거 사진을 통해 일제 강점기부터 새마을운동 시절까지의 관내 6개 리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빛바랜 사진은 1934년 달산(문곡3리) 공회당 낙성식이 있었고, 그때 그 공회당은 초가지붕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32~33쪽·이하 쪽 생략)

'삶의 흔적 이야기' 편은 부용과 물에 관련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금은 폐쇠된 부강 약수터(63), 금강변 미루나무숲(69) 등과 관련된 사진과 추억담을 만날 수 있다.

'부용 사람 이야기' 편은 출생에서 상례(喪禮)까지의 사진이 파노라마 식으로 실려있다. 따라서 이들 사진을 연결하면 그 자체가 개인사이자 부용면의 근대사가 되고 있다.

출생에서는 '돌상을 받고 돌잡이 하는 아이'(108), 혼례에서는 '혼인을 약속한 예장지'(110), '가마 대신 친구의 등을 탄 신랑'(112) 등의 제목이 붙은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회갑에는 삿갓을 쓴 채 회갑상을 받는 60년대 사진, 상례에는 출상(出喪)하는 모습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혹 상여가 마을샘을 지날 것 같으면 샘도 미리 덮어 놓는다. 상(喪) 부정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130)라는 사진 설명이 눈에 띈다.

136쪽의 '1942년' 내용은 읽는 이의 코끝을 시리게 만들고 있다. 1942년 일제 징용을 앞두고 부용면 마을 청년들이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진을 찍었다.

그들도 이 사진 촬영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지 불안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이는 군복이 아닌 교복을 입고 있기도 하다.

관련 사진 설명은 '부모와 가족의 곁을 떠나는 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부용의 자식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며 그들을 사진에 담았다'라고 쓰여 있다.(136, 137)

그러나 '1942년' 맨 마지막 장은 이들의 생사를 잘 모르는 듯 백지로 남겨져 있다.

'삶의 틀 이야기' 편에서는 부용면을 이끌던 역대 기관장들과 백마고지 전투로 유명한 김종오 장군이 이곳 부용면 출신임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이규상 면장은 면지의 인사말을 "오래된 앨범 속에 간직되어 온 부용면의 역사와 전통을 재조명, 이를 부용면민들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으로 삼기 위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썼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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