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증공방 악화일로..‘배후론‘ 논란

정두언-이혜훈 공개 설전..지도부 강력 경고

2007.02.20 15:49:21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간의 `검증공방‘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박 전 대표측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鄭寅鳳) 변호사와 이 전 시장의 `위증 교사‘ 의혹 등을 제기한 김유찬씨의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급기야 `조직적 배후론‘까지 대두되면서 양측의 대립은 감정싸움과 자존심 차원의 대결을 넘어 정치적 명운을 건 진검승부로 치닫는 양상이다.

당 지도부의 거듭된 당부와 경고에도 불구, 두 주자 간의 대립각이 가팔라짐에 따라 어느 한쪽 또는 두 진영 모두 예리한 각에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도 커져가고 있다. 심지어 당 안팎에서는 이러다가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입에 올리는 목소리도 부쩍 늘었다.

특히 박 전 대표 측에서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공정성을 계속 문제 삼을 태세여서 검증국면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이 전 시장 측 정두언(鄭斗彦) 의원과 박 전 대표 측 이혜훈(李惠薰)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시간 차를 두고 출연해 배후론의 실체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정 의원은 "김유찬씨가 `이명박 리포트‘를 내겠다고 하는데 어쩌면 10년 전과 똑같은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구태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이라면서 "지난 5일 정 변호사를 포함한 15명이 (이명박 약점 퍼뜨리기) 대책회의를 한 뒤 정 변호사와 김씨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박사모는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박캠프 커넥션‘을 제기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진영이 배후설을 일축하고 있다는 질문에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당이 배후나 정치공작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며, 안되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뒤이어 출연한 이 의원은 "우리는 김씨와 일면식도 없고 그가 쓰는 책의 내용도 본 적이 없다"면서 "정 변호사가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를 만난 것을 갖고 확대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공작"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특히 "당 검증위에서 검증을 한다 해도 강제수사권이 없어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면서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수사의뢰를 통해) 국민 앞에서 명백하게 가리면 될 것 아니냐"고 따졌다.

장외에서는 캠프 소속 다른 의원들이 서로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가며 공방에 가세했다.

이 전 시장 측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박사모가 어제 총동원령을 내린 것을 보고 과거 유신시대에 긴급조치를 선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역시 조직적 팀플레이구나, 정치공작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 최경환(崔炅煥) 의원은 "모든 것을 이렇게 몰아붙이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 계속 그렇게 주장하면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해야 할 문제 같다"고 받아쳤고 유승민(劉承旼) 의원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 측은 경선준비위의 공정성을 거듭 문제삼고 나섰다. 정 변호사의 `이명박 X 파일‘을 "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결론 내린 경준위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최경환 의원은 "경준위에서는 검증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검증 룰이나 방식은 경준위가 정하되 언론과 시민단체, 법조계 등 중립적 인사들로 독립된 별도 검증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검증위의 역할을 충분히 신뢰하며, "그대로 믿고 맡기자"는 입장이다.

두 주자 진영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당 지도부는 거듭 경고등을 켜고 자제를 당부했다.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각 주자진영에선 라디오나 TV에 출연해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면서 자칫 오버해 상대의 얼굴을 할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같은 당 후보라는 인식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서로 헐뜯는 일이 생기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준위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의심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측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영세(權寧世) 최고위원은 "검증공방이 도를 넘었다. 정인봉 변호사, 김유찬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지지모임까지 가세해 난타전이 벌어지려 한다"면서 "말로는 당 중심의 검증에 동의한다고 하면서 실제론 후보진영이 검증을 주도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공작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지만 자기 진영의 특보가 나서 이전투구가 시작됐고 지지모임까지 가세했다면 이 국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내 입으로 안 해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면서 "일부 진영에서 국민승리위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우리 후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당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김정훈(金正薰) 당 정보위원장은 "양측 간의 싸움이 격해지면 검증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서로 `차라리 밖으로 나가 적대 적의 관계로 싸우는 게 낫겠다‘며 탈당의 충동을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 초선의원은 "때이른 감이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제3 후보론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 윤리위는 이날 오후 5시 정 변호사에 대한 징계방안을 논의한다. 정 변호사의 징계를 놓고 박 전 대표 측에선 `반대‘, 이 전 시장 측에선 `찬성‘ 입장을 각각 보여 양측이 윤리위 결과를 놓고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연합뉴스(http://www.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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