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수도 개경도 인구과밀로 몸살

하천 수질오염·곡물가격 급등 겪어
북서쪽 송악산 일대엔 고급 주택지
하천 출수구 동남쪽엔 주거지 열악

2010.12.06 18:10:43

개경 도성내의 물흐름과 관료층 주거 분포를 나타낸 지도이다. 인구 과밀에 따른 수질 오염 때문에 개경 동남쪽(지도 철동 부근)에는 고위 관료가 많이 살지 않았다.

고려 중기의 개경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구 과밀현상이 일어나면서 수질오염 등 적지 않은 도시환경 문제에 직면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당시 고위 관료들의 주거 입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0 호서사학회 동계학술대회가 지난주 청주대학교(총장 김윤배) 인문대학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역사 속의 대중'을 주제로 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청주대 민덕기 교수의 사회속에 이정호(고려대), 배항섭(〃), 임병덕(충북대), 박윤덕(충남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중 이정호 교수의 '고려중기 개경 주민의 생활환경' 발표문이 흔치 않은 중세로의 생활 여행이어서 참석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이 교수는 고려사절요 등 사료 문헌에 근거, 고려 중기의 개경 인구를 대략 50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당시 고려 전체인구 250~300만명의 17~20% 규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구과밀 현상이 비교적 강하게 발생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그는 이의 원인으로 △고려 중기에 자연재해가 유독 많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전염병과 유랑민이 많이 생겨난 점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전자에 대해 "고려를 전~후기로 나눴을 때 중기인 1096년(숙종 원년)~1270년(원종 11년) 사이에 고려 전체의 44%에 해당하는 가뭄, 수해, 서리피해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후자에 대해서는 "고려사 등 사료에는 고려 전염병 기록이 전체 37건 등장한다"며 "이중 68%에 해당하는 25건이 자연재해 극상기인 고려 중기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또 "고려 중기 전염병은 생각보다 매우 심했다"며 "당시 사료를 보면 시신이 집안 또는 도로에 방치됐고, 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청주, 충주 등에 관리를 파견했다고 내용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고려사 예종 연간의 기록을 보면 10집 중 9집이 비었다고 할 정도로 유랑민이 많이 발생한다"며 "이들은 초기에는 산속으로 들어가 화경(火耕) 생활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으로, 앞서 언급한 인구 과밀화 현상이 고려 수도인 개경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권 인구과밀 현상은 지금도 그렇지만 중세에도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현상을 더 많이 동반했다.

이 교수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개경을 관통하는 하천의 수질오염 △고위 관료들의 나성외곽 이주 △곡물가격 급등 △도심 유곽시설 등장 등을 거론했다.

그는 수질오염에 대해 "개경을 관통하는 하천인 백천(白川)은 물이 맑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이나 중기에는 흑천(黑川)으로 바뀐다"며"하천 수질이 가장 심했던 개경 동남쪽에는 철장(鐵匠)이 모여 살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백천 발원지가 있는 북서쪽 송악산 일대는 고급 주택지이나 백천의 출수구가 있는 동남쪽(지도상 철동)은 열악한 주거지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고위 관료군 중 이제현 정도가 살았던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나성외곽에 대해서는 "고려 고위관료들은 중기에 들어서면 나성 바깥에 주거공간을 마련한다"며 "이는 인구압을 피해 조성한 별장, 손님 접대용 건물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곡물가 급등에 대해 "한때 은병 1개로 쌀 20석을 살 수 있었으나 인구과밀 이후에는 5석밖에 사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개경에는 경시서(京市署)같은 물가조절기관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도심 유곽시설에 대해서는 "인구과밀 현상을 보이자 개경 도심에는 청루(靑樓)라고 불리는 창기(娼妓)의 집이 등장한다"며 "이는 그만큼 평민의 삶이 어려워진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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