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정책에 대한 경제계 입장

2007.04.09 15:47:49

최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노동정책에 대해 기업들은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요구를 여과 없이 수용하여 노동정책을 수립함으로써 기업 경영에 크나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투자환경을 더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판단 하에, 경제계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은 비정규직 보호 법률의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차별금지라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그리고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력운용을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고민과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와 연계시켜 여러 가지 법안을 추가로 상정하고 있어 기업의 혼란과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다.

먼저 정부는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법상 도급계약마저도 비정규직 영역에 포함시켜 통제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도급과 파견은 각각의 법률에서 그 개념과 범위가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급의 문제를 파견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옳지 않다.

더구나 정부가 아무런 법률적 위임 없이 곧바로 시행령에서 도급을 파견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입법체계상으로도 맞지 않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인(私人)간의 도급계약을 굳이 노동법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사적자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만 아니라, 도급계약관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탈법행위는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거래법과 같은 기존의 제도로도 충분히 규율가능한 상태이다.

그리고 비정규직법의 연착륙을 고민해야 할 정부가 최근 경제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비정규직실태조사위원회」를 설치키로 노동계와 합의하였다. 현장 비정규직 운용 실태조사에 노조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조의 개별 사업장 개입을 초래함은 물론 이로 인한 산업현장의 분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가 참여하는「비정규직실태조사위원회」는 기업의 내부 환경 및 상황은 고려치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강요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업무위탁계약에 근거한 특수형태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근로자성 부여를 지속적으로 공언하면서, 이러한 법안 관철을 위한 협의채널인 TF팀 설치를 노동계와 합의하였다.

이처럼 정부가 비정규직 및 특수형태종사자 문제와 관련하여 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특수형태종사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지 않고, 노동계의 압박에 밀려 그들의 요구사항을 신중한 검토와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어, 경제계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 법률이 마련된 만큼 지금은 당분간 그 시행을 차분하게 지켜볼 시점이지,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특수형태종사자 보호 법률 제정을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노사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기업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모는 결과가 될 것이다.

둘째, 최근 정부가 단기간에 쏟아내고 있는 정책들은 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지 않으므로,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한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취업난 등 제반 문제의 근본 원인이 과도한 규제적 고용정책의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유연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며, 과도한 고용보호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기업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의 모든 단계에 걸친 연령차별 금지, ‘배우자 출산휴가제’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고용보호를 더욱 강화하여 고용의 경직성만 심화시킬 뿐이다.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모집·채용에서부터 해고·퇴직에 이르는 고용의 전단계에 걸쳐 연령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시정명령 등의 구제절차와 최고 1억원까지의 과태료,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법안은 연공서열형 인사·임금관리체계를 기반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입법으로서, 기업의 인사관리는 물론 노동시장에도 커다란 충격을 줄 것임이 명백하다.

특히 퇴직에 관한 연령차별금지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정년퇴직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서, 예외로 적용되는 연령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정년연장을 강제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연령차별금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립과 유연한 노동시장 확립이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왜냐하면 노동계는 자기에게 유리한 기존 관행은 묵인하고 불리한 것만 차별로 제기할 것이므로, 연공형 인사관행의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움은 물론, 차별시정을 위한 구제절차에서도 노사갈등만 조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남녀고용평등 및 직장·가정생활의 양립 지원을 위한 법률(안)」은 ‘배우자 출산휴가제’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육아휴직 분할사용’ 등을 담고 있다. 이 또한 과도한 고용보호에 해당하며 기업의 인력운용을 저해, 자칫 여성고용기반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연차휴가도 다 소진하지 않고 이를 수당으로 보상받는 현실에서, 배우자에게 3일간의 출산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기업부담 가중과 목적휴가 남발이라는 선례만 남기게 될 것이다.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 역시 정형화된 일을 하는 생산직 이외에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측면을 간과한 획일적인 법제화 추진은 노동시장에 악영향만 줄 뿐이다. 우리는 정부와 노동계 주도로 마련된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이 최근 어떠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위와 같은 정책추진들이 현재 주40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부담에 직면해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회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결국 직장과 가정의 양립 촉진은 개별기업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되어야하며, 정부는 기업부담을 전제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기보다 기업들의 자율적 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최근 OECD 등 선진국들의 노동정책이 고용유연성 확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직업능력개발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통해서만 가능한 바, 정부의 정책 역시 여기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가 여전히 규제적·시혜적 정책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제계는 걱정을 금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좀더 신중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2007년 4월 9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소개

노사간 협력체계의 확립과 기업경영의 합리화, 나아가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방향을 정립함으로써 산업평화정착과 경제발전을 도모코자 설립된 민간 경제단체이다.

출처:뉴스와이어(www.newswi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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