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국찰' 왕흥사 5층 아닌 3층 목탑"

충북대 김경표 교수, 적심 흔적 통해 비교
高柱 생략…'어칸'이 '협칸' 2배 이유들어

2011.01.10 18:36:13

백제 국찰 왕흥사(王興寺)의 목탑은 지금까지 추정돼 온 5층이 아닌, 3층 구조를 지녔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충북대 김경표(건축학과·사진) 박물관장이 얼마전 '왕흥사 목탑의 복원 연구' 논문을 한국건축사학회지(제 19권 3호)를 통해 발표했다.

왕흥사는 7세기 무렵의 제 27대 위덕왕(일명 창왕)에 의해 건립된 백제 국찰로, 부소산성에서 볼 때 백마강 건너편인 부여군 규암면 신리 울성산성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명문이 새겨진 청동 사리함과 금은제 사리병이 발굴돼 더욱 유명해진 왕흥사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등장하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절은 물가에 임하여 채색과 장식이 장엄하고 화려하였으며, 왕은 매양 배를 타고 절에 가서 향불을 올렸다'(其寺臨水 彩飾壯麗 王每乘舟入寺行香)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삼국유사에는 '산기슭에 위치하고 물에 임하였으며 꽃과 나무들이 빼어나고 고와서 춘하추동 사철 아름다움을 갖추었다. 왕은 매번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절에 들어가 그 경승이 장엄하고 화려한 것을 즐겼다'(附産臨水 花木秀麗 四時之美具焉 王每命舟 沿河入寺 賞其形勝莊麗)"라는 표현이 기술돼 있다.

이같은 내용은 △백제 국왕이 손수 왕래했던 국찰이고 △당시에는 배가 절 가까이 접안했으며 △국찰답게 사찰 장식이 매우 화려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왕흥사 센터에 위치했을 목탑은 몇층 구조였을까도 국내 건축학자들 사이에 커다란 관심사가 돼 왔다.

백제 국찰인 왕흥사는 지금까지 단순히 5층목탑(사진)으로 추정돼 왔던 것과 달리, 3층목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KBS 프로그램인 '역사 스페셜'과 여러 신문매체는 5층 목탑 시뮬레이션 화면과 사진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그림참조>

그러나 김경표 교수는 얼마전 발표된 논문을 통해, "5층이 아닌 3층 목탑이 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석 밑부분에 위치하는 적심 흔적을 통해 건물구조를 추적했다.

그 결과, △어칸이 협칸보다 2배나 넓은 점 △법주사 팔상전과 달리 고주(高柱)가 생략된 점 등을 밝혀냈다.

전통건축 용어인 '어칸'은 상대적으로 넓은 칸(間)으로 문이 오는 경우가 많고, '협칸'은 어칸보다 좁은 칸으로 벽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고주'는 세로 기둥의 하나로, 건물 한 가운데를 중심이라고 했을 때 주로 바깥쪽에 위치한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본 고대 목건축을 보면 어칸이 협칸보다 2배 정도 넓은 목탑은 거의 예외없이 3층"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목건축 이론상도 어칸이 협칸보다 2배 넓은 상태에서 5층 목탑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일본 고대 5층목탑도 어칸이 협칸보다 약간 넓을 때 나타난다"며 "그러나 5층목탑이라고 해서 높이 올라가고, 3층목탑이라고 해서 높이가 낮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고주가 존재하지 않는 점도 왕흥사가 3층목탑이었을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론상 고주가 존재하지 않으면 1층 바닥에 세로 기둥이 다소 적게 세워지게 된다.

한편 왕흥사 각층연결 구조는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과 다른, 이른바 적층형 구조를 지녔던 것으로 추정됐다.

일명 통층형인 팔상전은 밑에서 위로 올라간 세로기둥 자체가 각층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1층 바닥에 기둥이 많이 세워지게 된다.

반면 왕흥사는 서까래 위에서 다시 각층의 짧은 기둥을 세우는 모습으로, 이같은 결구 구조는 지진이나 강풍 등 외부 압력에 보다 강한 대응력을 띄게 된다.

/ 조혁연 대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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