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종료후에도 민관 갈등 지속

박걸순 교수, 음성 사료 '이곽포원록' 분석
당시 군수 향권과 결탁…봉건적 수탈 도모

2011.01.24 18:29:05

'구한말 음성지역에 살았던 이·곽 두 사람은 무슨 한이 그렇게 많었을까'.

보은군이 최근 동학 최후의 격전지인 보은읍 종곡마을(일명 북실)에 대한 농촌마을종합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북동학 마지막 단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대 박걸순(사학과·사진) 교수가 발표했던 '동학농민전쟁이후 음성지방 농촌사회의 동향과 갈등상' 논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문은 '李郭 抱寃錄의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때의 '李郭 抱寃錄'(이곽포원록)은 '이·곽 두 사람이 원한을 품은 사실을 기록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씨 성은 당시 동학당 지도자를 지냈던 이헌표(李憲表), 곽씨 성은 이헌표 수하에 있으면서 모진 고문을 당했던 곽근회(郭根會)를 일컫고 있다.

박걸순 교수가 발굴한 '이곽포원록' 본문 모습이다. 국한혼용체로, 동학당이었다는 이유로 당시 음성 관아에서 당한 수난 내용을 싣고 있다.

1904년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고서적은 한지 18x27㎝ 크기에 국한혼용체기 기술돼 있다.

작성자는 여러 정황상 당시 음성관아 아전이면서 민과 관 양쪽을 중개했던 남궁성배(南宮聖倍)라는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박교수가 이헌표 증손을 통해 음성읍 용산리에서 발굴한 이 고서적은 크게 △이헌표 등이 1903년 음성관아에 1차 체포되어 수난당한 사실 △1904년 또 다시 체포돼 악형을 받은 사실 등의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밖에 당시 음성지역 유력성씨 한 명이었던 박천오(朴千五)라는 인물로부터 끈절기게 핍박을 사실 등 크게 3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충주시 신니면 선당리에 거주하다 동학 실패후 현지인과의 갈등을 피해 음성읍 용산리 이주한 이헌표는 동학군 모군의 배후자로 지목돼 박천오에 의해 밀고를 당한다.

이헌표 등은 고문을 당한 끝에 당시 화폐 2천냥을 이른바 '속방가'(贖放價)라는 명목으로 당시 음성군수 민진호(閔晉鎬)에게 건네고 석방된다. 속방가는 죄값을 돈으로 치르고 풀려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헌표 등은 이듬해도 곽근회라는 인물과 함께 또 다시 체포돼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때 이헌표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혹독한 고문은 받지 않았다.

대신 곽근회에게는 장작을 몸에 두른 상태에서 관원이 불을 지르는 형이 집행됐다. 이때 그는 겨우 목숨만은 건졌으나 그 후유증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이후에도 음성 동학당에 대한 박천오의 괴롭힘은 계속돼 툭하면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박은 이때 드러내 놓고 공권력을 동행하기도 했다고 이곽포원록은 적고 있다.

박교수 논문은 이같은 현상에 벌어진 것에 대해 △당시 음성군수 민진호는 향권(박천오)과 결탁해 수령권 강화와 봉권적 수탈을 도모했고 △대신 박천오는 중앙 세도세력(민진호)에 의탁해 향권을 계속 장악하려는 상호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밖에 '이곽포원록은 동학동민혁명이 실패한 이후에도 보수와 개혁세력은 자주 충돌했고, 이 여파로 동학당 잔존세력은 재지 토착세력과 갈등을 자주 겪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동학은 고부민란, 1차 농민전쟁, 농민집강소 시기, 2차 농민전쟁 등 4시기로 구분했으나 여기에 제 5시기로 동학 잔여세력의 잠복기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간 흐름상 동학당 잔존 세력은 얼마간 잠복기를 거친 후 의병전과 광무농민운동의 동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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