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설빔이라는단어에 대해 '설에 새로 차려 입고 신는 옷, 신 따위'라고 적고 있다. 뒷말 '빔'의 뜻의 바로 와닿지 않는다. 지금도 도내 촌로들은 설빔을 '설비슴'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때의 '비슴'은 동사 '빗다'의 명사형으로, '빛내다', '꾸미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바로 설빔은 '설을 맞아 몸을 새롭게 꾸미는 행동' 정도를 의미한다. '설빗음'이 '설비슴', '설비음'을 거쳐 오늘날의 '설빔'이 됐다.
지금은 설날 아침에 조상께 술을 따르지 차(茶)를 올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날 아침에 지내는 의식을 '차례'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스님들이 차를 많이 마시는 편이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는 모든 의식에 차를 사용했다. 역성혁명으로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왕조는 불교를 철저히 배척했고 따라서 제삿상에서 차가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언어로는 남아 있어, 설날 아침 의식을 '차례'라고 부르고 있다.
화토를 칠 때 그 판이 무효가 되면 우리 지역에서는 '파토났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깨질 破'(파), '싸울 鬪'(투) 자를 쓴 '파투났다'가 바른 표현이다. 사전은 이를 '화투를 칠 때 순서가 바뀌거나 장이 모자라는 현상'이라고 적고 있다. 직역하면 '화투판이 깨졌다'는 뜻이다. '파투'할 때의 뒷말 '투'는 '화투'의 준말이다.
윷은 이른바 도·개·걸·윷·모로 말을 움직이는 놀이이다. 그런데 '모놀이'가 아닌 유독 '윷놀이'라고 부르고 있다. 민속학자들은 이에대해 윷가락이 4개인 점을 주목하라고 말하고 있다. 즉 윷놀이는 4개 가락을 던지며 길기는 놀이다.
이 경우 5개의 윷가락 중 4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윷이다. 실제 한자로도 윷놀이를 척사(擲柶)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때 뒤 '사'자는 '木+四'로 돼 있다. 많은 숫자 중에 유독 '넉四' 자를 차용하고 있다.
명절 언저리에 자주 듣는 말이 '떡값'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표현은 왜색적인 사연을 갖고 있다. 일본말로 담합은 '단고우'(だんごう)라 하고, 크기가 작은 떡은 '단고'(だん-ご)라고 한다. 발음이 매우 유사하다.
국내 공사업자들이 여기서 힌트를 얻어, 떡을 담합의 은어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들은 담합에 대한 댓가인 떡값을 주로 명절때 건넸다. 이후 명절이라는 시간성과 맞물리면서 이때 주는 특별수당을 '떡값'이라고 부르게 됐고, 점차 대중화 됐다.
1년 12달 중 유독 1월을 정월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어문학자들은 중국 진시왕 유래설을 제기하고 있다. 진시왕은 시호이지 이름은 아니다.
진시왕은 성은 '영', 이름은 '정'( 政) 자를 썼다. 바로 진시왕은 한해를 시작하는 1월을 자기 이름과 발음이 같은 '正' 자를 쓰도록 했다는 설이 있다. 政, 正 두 글자 모두 'zheng'으로 발음된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