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딜레마‘

정 지사‘부동’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2007.01.31 00:12:06

충북도가 복지여성국장을 공모제로 임명한 데 대해 반발해 온 시민단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추운 날씨에 줄기차게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양희 신임 국장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처음에는 충북여성민우회 등 9개 단체에서 시작해 지금은 일부 복지단체와 사회단체들까지 가세해 총 29개 단체가 모여 ‘충북 복지여성국장 인사철회 공동대책위원회’가 되었다.

이들 단체들은 벌써 20일 가까이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 18일부터는 매일 도청 서문에서 항의집회를 하는가 하면, 국회와 행자부까지 가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존재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자체 사업들의 중단을 의미하는 (도로부터 받은) ‘사회단체 보조금’까지 반납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정우택지사와 당사자인 김 국장의 입장은 “정당한 임명이었고, 임명을 철회하거나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반대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우선 참여단체들이 매일같이 모여 회의나 집회를 열고, 중앙 부처 등을 찾아다니느라 자체 사업에 지장이 많은 실정이다.

또 이들 여성단체들이 보조금반납으로 성매매여성지원, 여성의 정치참여활성화, 실직빈곤 여성지원, 가족친화적 기업환경조성 사업 등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이들 사업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여성(도민)들의 피해가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

당장 급한 사업만 보더라도 실직여성들을 현장실습시켜 취업토록 하는 ‘여성인턴제’사업이 지난 29일 모집공고에 이어 2월에는 교육을 시켜야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한 여성단체가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반대운동에 대한 언론보도도 적어지고, 사회 일각에서 “여성단체가 임명에 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도지사의 고유권한인 임명권에 끝까지 정면도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난까지 일자 일부 반대운동 참여 단체들이 피로감과 불안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처럼 반대운동으로 인한 갖가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 양측 간에 갈등을 중재하는 시스템도 없어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충북도에서는 이처럼 시민사회단체와의 문제가 있을 경우 정무부지사가 나서서 신임 국장의 ‘전문성’과 ‘능력’에 대해 충분한 설득을 하거나 반대 단체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등 해결노력을 해야 하지만 노화욱 정무부지사는 ‘경제특별도’ 사업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정무부지사 외에 최근 신설된 ‘대외협력보좌관’도 이번 같은 경우 도지사를 대신해 중재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원호 신임 보좌관 역시 김 국장이나 정우택 지사와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입지가 좁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도의회도 지역 내 갈등이 있을 경우 여론을 수렴해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충북도의회 역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아 서로 눈치만 보며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와 함께 민간단체들의 정책 참여가 높아지는 ‘거버넌스 시대’측면에서 볼 때 시민사회단체들도 지역 내 갈등 조정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번 경우에는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임명 반대운동에 참여한 진보계열 단체들과 찬성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보수성향 단체들로 나뉘어 있어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임명의 반대나 찬성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한 여성단체의 간부는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도민들”이라며 “이제는 누군가 중재에 나서야 하고, 양측도 서로 타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 박종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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