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서 '촬요신서'를 쓰다, 영동 박흥생

2011.02.24 20:50:04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 농서로는 농사직설,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세종 때 정초, 변효문이 공동으로 지은 농사직설은 우리나라 농법을 처음으로 다룬 농서로 유명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농서로, '중요한 것을 새롭게 취한 책'이라는 뜻의 촬요신서(撮要新書)가 있다. 상·하 두 권으로 이뤄진 이 책은 농업과 함께 주역, 세시적인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러나 농업적인 내용을 훨씬 많이 다루고 있어, 주로 조선 전기의 농서로 분류되고 있다. 이 책은 세종 때 지어졌다.

내용은 '경가'(耕稼·갈고 씨뿌림))와 '잠상'(蠶桑·누에)으로 크게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사고의 모든 출발점이 주역, 그중에도 음양오행과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내용은 웃음이 큭큭! 나올 정도이나 어떤 내용는 지금의 농업 재배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논밭 갈이를 할 때 가을갈이는 깊게 하고 봄갈이나 여름갈이는 얕게 해야 한다.' '보리에는 눈이 좋은 바 겨울에 눈이 많이 안 내리면 여물지를 낳는다'. '나무심는 길일: 갑술, 병자, 정축, 기묘, 계미, 임진일이 길하고 병술, 임술일의 2일은 흉하여 마땅하지 않다.'

'잠신(蠶神)에게 제사함: 정월 오(午)일 원유부인이라 써서 붙인다. (…) 술, 밥, 과일, 떡 등을 갖추고 잠부는 밝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누에치는 달에 이르러 초하루와 보름에 제사를 지내되 술을 쓰지 말고 다(茶)나 탕(湯)으로 대신한다.'

인용문 중 '원유부인'은 중국고대 우씨공주로 누에를 처음 친 것으로 신격화돼 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 등장하는 것은 옷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식이 진행됐다.

이른바 친잠례(親蠶禮)로, 왕이 아닌 왕비가 친히 궁녀들을 대리고 양잠 의식을 거행했다. 이때 왕비는 이른바 국의(鞠衣)라는 옷을 입었다. 잠업을 권장하는 의식인 만큰 옷은 뽕나무 색깔이었다.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다소 길게 소개했다. 촬요신서를 지은 인물은 박흥생(朴興生·1374∼1446)으로, 우리고장 영동군 심천면 태생이다.

영동 심천은 음악가 박연의 고향이기도 하다. 바로 박흥생과 박연은 사촌지간으로, 박연의 나이가 적었다. 그는 사림파 김훈(金訓) 등과 함께 상촌(桑村) 김자수(金子粹) 밑에서 수학했다.

그는 1423년(세종 5) 창평현령에 제수되어 기강을 엄히 하고 소송을 분명히 하여 칭송이 컸으나, 친상을 당하여 사임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만년을 자연과 더불어 보냈다.

이때 고향 영동에서 지은 책이 바로 촬요신서이다. 그러나 그는 동생복은 없었던 것 같다. 동생과의 다툼 내용이 실록에 실려 있다.

'전현감 박흥생(朴興生)이 그 아우 전 감찰 박흥거(朴興居)와 더불어 토지와 가옥을 서로 다투어서, 흥생은 흥거를 무고하기를, "반혼(返魂)한 신주(神主)를 흙덩이처럼 여긴다" 고 하고, 흥거는 그 형 흥생을 무고하기를, "아비의 장삿날에 술에 대취해서 주정을 하였다"고 하므로…'-<세종실록>

그의 무덤은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산52-1에 위치한다. 조선전기 무덤 양식을 잘 갖추고 있다. 충북도기념물 제 88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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