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달인 소리를 듣다, 충청감사 김양경

2011.03.22 18:23:48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에는 삼금이 존재했다. 송금(松禁), 우금(牛禁), 주금(酒禁)이 그것이다. 이중 금주령은 흉년 때 곡식 절약이 주목적이었으나 적용 범위는 일정하지 않았다. 사신 접대용, 혼례용, 약용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

술을 점잖게 이르는 말인 '약주'는 여기서 유래한 표현이다. 이밖에 겨울 추위가 심할 때는 체온유지 등을 위해 금주령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관련 내용이 실록에 등장한다.

"수원 부사 김사원(金嗣源)은 술을 많이 장만하여, 장례(葬禮)에 모인 재상에게 주었으므로, 본부에서 바야흐로 국문(鞫問)하는데, 이제 관찰사 김양경(金良璥)이 아룀에 따라 국문하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성종실록>

사헌부에서 차자(箚子)를 올린 것으로, 뒤에는 "김양경이 금주령에 관한 규정을 어겼으니 파직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뒤따른다. 이에 성종은 "무리를 지어 술을 마셨다면 워낙 죄가 있겠으나, 비바람이 일던 날에 늙은 재상에게 술을 주었는데 무슨 안될 것이 있겠는가. 그것을 말하지 말라"며 감양경을 감싼다.

인용문에 등장하는 '차자'는 일정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사실만을 간략히 적어 올리던 상소문을 일컫는다. 김양경은 상주 사람이나 우리고장 충청도관찰사를 오래 지냈다. 사료는 그가 위민행정을 진심으로 펼쳤다고 적고 있다.

'충청도관찰사 김양경이 치계(馳啓)하기를, "(…)문의(文義)사람 학생(學生) 이귀화)의 처 양씨는 남편이 일찍 죽으니, 집 북쪽에 장사하고 조석전을 반드시 친히 행하였으며, 복(服)을 마치자 아비가 개가시키려 하니, 양씨가 스스로 목매어 죽으려 하므로, 아비가 두려워하여 그쳤으며…'-<성종실록>

조선시대 관찰사는 강상윤리에 대한 내용은 적극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강상(綱常)은 유교의 기본 덕목인 삼강(三綱)과 오상(五常·오륜)을 말한다. 그는 충청도관찰사로 있을 때 조세제도의 개선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보고를 한다.

'병조에서 충청도 관찰사 김양경의 계본(啓本)에 의거하여 아뢰기를, "(…)제2조는, 공수위전(公須位田)을 만약 능히 더 지급할 수 없으면 그 공궤(供饋)할 미두(米豆)는 군자창의 곡식을 가지고 계산하여 지급하는 일입니다.'-<성종실록>

공수위전은 각 관아의 가옥 수선 및 중앙에서 지방으로 나가는 관리의 숙박·접대 따위에 드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주·현·역·관에 지급했던 전지를 말한다. 그는 말년에 실명으로 인해 관직을 그만뒀다. 그 원인이 분명치 않으나 당시 사관은 그를 이간(吏幹)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인 이간은 '행정의 달인'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가 죽자 시호 문제를 둘러싸고 성종과 대신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제사나 시호를 맡아보던 봉상시(奉常寺)에서는 그의 시호를 '행정을 잘했으나 마음에 치우침이 있다'는 뜻으로 작명해 올렸다. 성종은 이를 물리치고 시호를 새롭게 작명한다.

'공숙공(恭肅公)이라고 어필로 써서 내렸으니, 일에 공순하게 하고, 위에 봉공하는 것을 공(恭)이라 하며, 마음가짐이 결단성이 있는 것을 숙(肅)이라고 한다.'-<해동야언> 국가를 이끄는 임금 입장에서는 김양경 같은 인물이 훨씬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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