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 이혼‘ 4주 숙려기간 그래도…

전문가 상담 통해 관계회복 효과

2007.05.10 08:07:22

최근 경제적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다 남편에게 맞아 청주지법에 협의이혼신청을 했던 이현정(여·39·가명)씨는 이혼을 신청 3주 만에 이를 취하했다.

남편이 번번이 사업에 실패해 생활마저 어렵게 되자 최근 자주 부부싸움을 했고 결혼 9년 동안 손 한번 안 대던 남편이 급기야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이씨는 “처음에 이혼얘기가 나오자 흥분했던 남편이 잘못을 뉘우치고, 각서를 통해 맹세까지 했다”며 “법원의 상담을 통해 남편을 몰아 부치기만 한 내 잘못도 있음을 알게 됐으며, 숙려기간을 통해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원군에 거주하는 김명식(42·가명)씨도 최근 가출했던 아내를 용서하기로 했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평소 자신에게도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일주일동안 친구 집에서 지냈다는 아내가 돌아오자 홧김에 법원을 찾아가 협의이혼을 신청했던 김씨는 “숙려기간을 통해 14년간 시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고생만 시킨 아내를 오히려 무시하고, 억압해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며 “당시에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화가나 이혼을 생각했지만 법원의 도움으로 이혼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에서 서로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며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더 잘 해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지난해 협의이혼 숙려기간제를 도입한 뒤 이처럼 ‘홧김’에 이혼신청을 했다가 취하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는 등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제도를 도입한 청주지법은 흥분된 상태에서 간단한 절차만을 거쳐 이혼하는 부부들이 적지 않아 이혼률이 증가하고 결손가정이 늘어나는 사회적 문제에 따라 4주간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했다.
또한 법원은 협의이혼 전 심리학자 등 전문가 20명을 상담위원으로 위촉해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원만한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제도 시행 전 9개월 간 평균 6%에 그쳤던 협의이혼 신청 취하율이 숙려제도의 도입후 평균 25%로 크게 늘어나는 등 부부 10쌍중 3쌍 가까이 이혼청구를 취하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청주지법 관계자는 “숙려기간제 시행 이후 협의이혼을 청구한 부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과 배우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전문가상담과 부부대화 등을 통해 갈등을 풀고 이혼청구를 취하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 박재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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