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 마을의 고개라는 뜻, 추풍령

2011.04.19 18:16:18

조혁연 대기자

'구름도 자고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 추풍령 구비마다 한많은 사연 /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1절>

'기적도 숨이차서 목메어 울고가는 / 추풍령 구비마다 싸늘한 철길 / 떠나간 아쉬움이 뼈에 사무쳐 / 거치른 두뺨위에 눈물이 어려 / 그 모습 어렸구나 추풍령 고개'-<2절>

가수 남상규씨가 불러 크게 히트한 대중가요 '추풍령'이다. 가사 내용이 너무 정겨워 1·2절 모두를 소개했다. '추풍령'은 남상규씨 뿐만 아니라 배호, 나훈아, 이미자 씨 등도 불렀다. 그 만큼 추풍령은 지금의 50대 이상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 일이키는 노래다.

추풍령면소재지에서 김천 방향으로 잠깐 달리면 추풍령 노래비를 만날 수 있다. 고풍스런 한자 글자체 때문에 꽤 오래 전에 세워진 노래비처럼 보이나 그렇지는 않다. 지난 88서울올림픽 때 성황 봉송을 기념, 그해 9월 영동군에서 세웠다.

추풍령는 '秋'와 '風' 자가 만나면서 묘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지명어다. 언뜻보면 명시(名詩)에 등장하는 시어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중국 무협영화에 나오는 이름같기도 하다.

지명 추풍령이 어디서 유래했는가를 밝혀 놓은 사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조선시대 각종 사료들이 추풍령이라는 지명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상주목 금산군 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토산은 은구어(銀口魚)·송이버섯이다. 자기소(磁器所)가 하나 이니, 황금소(黃金所) 보현리에 있으며,도기소(陶器所)가 둘 이니, 하나는 군 남쪽 건천리(乾川里)에 있고, 하나는 황금소 추풍역리(秋風驛里)에 있다.'-<세종실록지리지>

이 부분은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위 내용이 실려 있는 곳이 충청도 영동이 아니라 경상도 상주목 금산군((金山郡)이라는 점이다. 금산군은 지금의 경북 김천이다. 1808년(순조 8) 서영보 등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만기요람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금산(金山) 영로: 좌현(左峴) 선산과의 경계. 석현(石峴) 지례와의 경계. 전현(箭峴) 성주와의 경계. 추풍령 황간과의 경계. 괘방령 서쪽 통로.'-<만기요람 군정편>

이는 추풍령이 꽤 늦은 시기까지 충북이 아닌 경북에 속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지 진행해도 지명어 추풍령의 유래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사료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종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추풍역에 정역(定役)된 배원련의 아내 소사와 딸 종단과…'-<성종실록>

인용문에 추풍역이 등장한다. 이 말은 '추풍'+'역'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조선시대 때 경상도 추풍에는 역이 존재했고, 김정호가 그린 대동여지도에도 역 표시가 뚜렷히 보인다.

고개 지명어 추풍령도 같은 형식을 취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추풍령이 본래부터 존재해 추풍령면이 생겨난 것이 아니고, 추풍이라는 마을이 있은 후 추풍령과 추풍령면이 생겨났다. 바로 추풍령은 추풍 마을에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 추풍령면은 고종 광무10년(1906)에 비로소 충북 영동군에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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