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강단 서는 '칠순 농부'

이두희옹, 충북대 사학과서 한문강독
초서 해석 1인자…국사편찬위도 출강
우암학당에는 지역명사·교수도 수강

2011.05.12 20:20:12

이두희 옹이 자신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직접 만든 교재인 '韓國草書簡札善讀'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고전은 명현의 정신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삶의 지혜와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을 그 속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고전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닙니다"

칠순을 넘긴 농부가 10년째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충북대 사학과에서 한문 강독을 맡고 있는 이두희(77) 옹.

그는 오전 6시 30분쯤 집이 있는 청주시 강서2동 원평마을에서 자전거로 논 2만㎡(6천여평)를 둘러 본 후 오전 11시쯤 충북대 연구소로 출근, 사학과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주 6시간 한문 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또 충북대 우암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우암학당의 훈장 역할도 맡으면서, 매주 화·수요일 저녁 중부권 직장인들을 상대로 역시 한문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한문 고전에 대한 넓이와 깊이는 어찰, 노비문서, 전답매매문서, 산송단자, 택리지, 대전회통, 일성록, 양전사목, 전령문 등 우리나라 고문헌·문서의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은 접근이 쉽지 않은 주역, 통감, 사기열전 등 중국 사서류도 원전으로 강의하고 있다.

그의 우암학당 강의가 소문이 나자 오효진 전 청원군수, 박만순 전 도의원 등 퇴임한 지역 저명인사들은 물론 현직 대학강사와 정교수 일부도 수강생이 돼 그의 강의를 들었거나 현재 듣고 있다.

그는 한문 해석에 두루 능통한 가운데, 특히 초서(草書) 장르는 단연 국내 1인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초서는 흘림 정도가 워낙 심해 한문에 자신있어 하는 사람들도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또는 '미칠 狂' 자를 써서 '광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그 난해함이 소문나 있다.

그는 초서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원문 해석의 정확함이 소문나면서 국사 연구의 최고봉인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매주 자신이 직접 만든 교재인 '韓國草書簡札善讀'(한국초서간찰선독)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에도 서울을 방문, 종로에 위치하고 있는 '시습학사'(時習學舍)라는 고전연구 모임에서 역시 초서를 비롯한 한국과 중국의 한문 원전을 강의하고 있다.

그가 한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5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한국동란 직후 우연한 기회에 박시양(청주 내곡동) 선생 밑에서 한문을 배우게 됐다.

이후 뜻을 더욱 굳히고 서울 김철희 선생 밑에서 17년간 초서를 집중적으로 배우면서 한문 자체가 학문이자 직업이 됐다. 그는 낙향해 논농사를 짓기 전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으면 '漢韓大辭典'을 완성했다.

6만여 자의 한자와 50만여 개의 어휘가 수록된 단국대 연구소의 한한대사전은 지금도 이 분야의 최대 역작으로 꼽히고 있다.

충북대 사학과(학과장 신영우 교수)는 낙향한 이옹에게 지난 2001년부터 대학원 과정의 한문강독 과목을 맡겼고, 그의 과목을 최소 6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토록 했다.

이 옹은 고전과 원문으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商量·많이 생각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전은 접할수록 향기가 묻어나는 학문"이라며 "한문고전 대중화를 위해 실력있는 인재를 빨리 많이 배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문을 원전으로 접하고 싶은 사람은 충북대 우암학당을 찾거나 전화(043-223-7859)를 걸면 그로부터 해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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