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다

"잠자면 꿈꾸지만, 공부하면 꿈 이룬다"

2011.05.19 18:45:59

편집자 주

음성군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방문단에는 공무원, 기업인, 지역 학생 6명으로 구성됐고 뉴욕과 워싱턴의 주요시설과 선진지를 견학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반 총장 예방과 관련한 소식을 이 자리에 함께했던 음성군 문화공보과 이화영 주무관을 통해 지면으로 옮긴다.

1962년 고등학생이었던 반기문 총장이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음성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성실했고 남을 배려 할 줄 알았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모든 과목에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영어를 잘했다. 1962년 미국 정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고등학생 전국 영어 웅변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해 미국 여행 기회를 갖는다.

그곳에서 존 F. 케네디(1917~1963) 대통령을 접견한 이 고등학생은 가슴속에 원대한 꿈을 담는다. 이때부터 더욱 성실히 공부해 국내 최고 대학의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그가 원하는 외교관이 된다.

이 외교관은 지난 2007년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8번째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다.

그가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음성군민에게 감사

반기문 사무총장 예방은 방미 3일차인 12일 오후 4시 30분으로(현지시각) 계획됐다.

세계의 대통령을 만난다는 설렘보다 '과연 만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지난달 12일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반 총장 예방이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만남이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터였기 때문이다.

유엔본부를 방문한 음성의 한 학생이 반기문 총장에게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말해 반 총장이 환한 웃음으로 이 학생을 안아주고 있다.

우리는 남들보다 수월하게 검색을 마쳤고 곧장 접견장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접견장 복도에는 각국의 외교관들이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접견실로 들어섬과 동시에 이곳과 이어진 집무실에서 나온 반 총장은 반갑게 악수하며 일행을 맞았다.

반 총장은 "재임기간동안 고향 방문단이 나를 찾은 건 처음"이라고 말하고 "여러분들을 환영하고 정말 고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 고향 음성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은 많지 않지만 1년에 1~2번 정도는 꼭 방문하고 있다"고 애정을 나타내고 "나의 재임을 염원해준 음성군민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해 달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내 이름이 들어간 행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이름이 들어가 쑥스럽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이필용 음성군수에게 "이번 반기문 마라톤 대회에 몇 명이나 참석했느냐"고 질문해 자신의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반 총장은 "한 달 출장 거리가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군수는 음성이 지역구이지만 나는 전 세계가 지역구"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넓은 가슴으로 세상을 보라!

반기문 총장이 학생들에게 유엔이 하는 일과 사무총장의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인사가 끝나자 자신의 좌우측에 배석했던 UN본부 김원수 사무차장보와 윤여철 총장 보좌관, 최성아 아시아 담당관을 물리고 그 자리에 학생들을 앉혔다.

그는 32분의 면담시간 중 65%인 21분을 학생들에게 할애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유엔의 역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학생의 눈높이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반 총장은 "세계에는 26억 명이 전기가 없어 고통 받고, 병에 걸려 죽는 사람 또한 많다"며 "생명과 인권을 위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분쟁지역 원수들에게 전화하는 것이 내 일과 중 하나"라며 "'총 쏘지 마라, 죽이지 마라'고 귀찮을 정도로 비판하니까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어떤 나라에서 사람을 많이 죽여 UN진상조사단을 파견해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경우가 있었다"며 "이 나라에서 반기문 성토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 나를 비판하면 일을 똑바로 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걸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임희주(대소중3) 여학생이 "UN사무총장이 되는 게 미래 꿈"이라고 하자 "현재 UN 규정에 사무총장을 'He'라고만 표기하고 있어 여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키 위해서는 'She'를 집어넣는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표했다.

반 총장은 학생들에게 "음성과 대한민국을 벗어나 세계인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넓은 가슴으로 세상을 보라"고 충고했다.

유엔본부를 방문한 음성지역 초중고 학생들이 반기문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잔뜩 긴장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린 듯 부드러운 말투와 온화한 미소로 학생들을 감싸 안았다. 학생들의 눈을 통해 투영된 반 총장은 누구나 닮고 싶은 롤 모델로 자리 잡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고등학생시절 미국을 처음 방문했던 반 총장이 그랬듯 학생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희망과 꿈의 씨앗을 담았으리라.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는 반 총장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한다면 제2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탄생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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