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업 갖는 감격 한국인 자긍심 뿌듯”

시집온지 5년 최고의 해 보낸 필리핀 출신 루사리오씨

2007.12.30 23:56:15

필리핀 출신 루사리오씨가 지난 9월부터 청주 봉명초등학교를 비롯한 봉정·중앙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다문화 프로그램에서 필리핀 전통의상‘바롱’을 입고 자국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원에서는 원어민 강사로, 시내 각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수업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물론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낀 보람된 한해였습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사는 필리핀 출신 루사리오(여·29)씨는 요즘 자국문화에 대한 소개를 통해 활발한 성격을 되찾은 것은 물론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더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루사리오씨는 지난 2002년 홍콩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중 교회 목사의 중매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레커차를 운전하는 남편(38)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한국말을 못하는 자신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자상한 모습에 루사리오씨는 결혼을 결심하게 됐고, 그해 8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시어머니와 셋이 신혼집에 살게 됐다.

처음 루사리오씨가 한국에 시집와 겪은 문제는 언어소통이다. 일단 한국말이 서투른 탓에 시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외출을 하고 싶어도 길을 물어 볼 수 도 없으니 한국 생활에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결혼이민자여성을 위한 교육시설에서 한국어 교육을 4개월 정도 받았고 점점 한국말에 자신이 생긴 루사리오씨는 외국인노동자인권복지회에서 지역 외국인들의 일자리 찾아주기와 비자연장 신청 등을 도우며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그러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을 만나게 됐고 이들의 소개로 청주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정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올해 처음 청주시내 각 초등학교에서 다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교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됐다.

루사리오씨는 “한국에 와 올해 처음 직업이란 것을 갖게 됐다”며 “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제자들도 많이 생겼고, 청주시내 초등학교에서 필리핀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다문화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돼 더없이 기쁜 한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반면 루사리오씨는 “아직까지 한국은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벽을 깨기가 어렵다”며 “은행에서 통장의 돈을 인출하려면 외국인이란 이유로 아직까지 신분증을 복사하고 서류를 기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루사리오씨는 또 “올해에 가장 아쉬운 일이 있다면 대통령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인데 현재 국적신청만 해 놓은 상태라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아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선거권을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루사리오씨는 새해 소망에 대해 “그동안 척추수술을 7차례에 걸쳐 받느라 아직까지 아이를 갖지 못했는데 다산을 상징한다는 2008년에는 예쁜 아기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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