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수당 모아 7년째 선행

이원면 김기철씨, 매년 300만원씩 장학금 내놔

2008.01.08 23:33:42

옥천의 한 이장이 월 20만원인 수당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놨다가 7년째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옥천군 이원면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김기철(56)씨는 최근 면사무소를 찾아“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300만원을 내놨다.

지난 한 해 군청에서 받은 월 20만원씩의 이장 수당과 상여금(한해 40만원)을 합친 뒤 모자라는 20
만원은 호주머니를 털었다.

7년째 이어지는 선행이지만 김씨는 “주위에 떠벌리고 싶지 않으니 기탁자 이름을 꼭 익명으로 처리해달라”며 면장과의 면담조차 한사코 거부했다.

이장을 맡은 첫 해인 지난 2001년에 살림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려던 고교생의 등록금을 대납해준 것을 계기로 수당을 모아 온정을 베풀고 있는 그는 매년 초 통장을 털어 면사무소를 찾는다.

김씨가 내놓는 돈은 주로 고학생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골고루 전달되지만 지난해에는 난치병에 걸려 투병 중인 가난한 환자의 치료비로 집중 지원됐다. 올해도 암으로 투병하던 면내 어려운 환자에게 60만원과 초중학생 10명에게 10만원씩 100만원을 지난 면사무소 종무식 때 전달했다.

10여년 째 친환경 복숭아 농사를 고집해 이 분야에서 제법 유명인(?) 반열에 오른 그는 이따금 친환경농법을 배우겠다고 복숭아 밭을 찾는 농민들에게‘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조해왔다.

“친환경 농법이 비록 눈 앞의 수익은 떨어질지언정 농산물 수입개방에 맞선 한국농업의 유일한 대응방안”이라는 논리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에 대한 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옥천군이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얘기를 듣고 7일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련한 100만원을 장학재단 기금으로 면사무소에 기탁하기도 했다.

또 8일에는 남 몰래 군청을 찾아 장학재단 후원금 300만원을 개인적으로 접수시킨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씨는“처음 이장을 맡을 때 무보수 봉사를 각오했으며 어려운 형편 때문에 배움을 중단하거나 상처받는 학생이 없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장학금을 낸 것”이라고만 짧게 말한 뒤 “별 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며 사진촬영을 극구 거부했다.


옥천 / 손근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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