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청주지법 도내 첫 실시

시종일관 진지… 성공적 평가

2008.02.18 22:26:28

18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국내 두 번째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공판에 앞서 재판에 공정하게 임하겠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법과 정의에 의해 진실한 평결을 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올 들어 실시된 국민참여재판이 도내에선 처음으로 청주지법에서 열렸다.

1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청주지법 제1호 법정에서 제21형사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모(28) 피고인(살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후보자들은 법원 3층 소회의실에 마련된 배심원 후보자 대기실에서 법원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배심원 번호표를 교부받은 뒤 질문지를 작성했다.

배심원 선정 통지서가 발송된 배심원 후보자 100명 가운데 이날 법원에 온 후보자는 모두 28명으로 참석률은 28%를 기록했다.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전 피고인은 평소 친구로 지내던 A씨(83)와 함께 술을 마시다 자신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한다는 이유로 A씨의 목을 졸라 실신시킨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법원은 지난달 16일 전씨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여 한 달여 간 공판을 준비해왔다.

이날 재판은 배심원 선정절차에 이어 검사와 변호인단이 피고인의 유ㆍ무죄 등을 주장하는 '공판', 배심원들이 피고인에 대한 유ㆍ무죄 여부와 형량을 토의하는 '평의', 평의 결과를 참고로 재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선고' 순으로 진행됐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단은 공정한 판결 능력을 가진 배심원을 가려내기 위해 후보자에게 개인 신상과 법 지식, 피고인과의 개인적인 친분 여부까지 다양한 질문을 한 뒤 정식 배심원 5명과 예비 배심원 1명 등 모두 6명(남자 4, 여자2)배심원단을 구성했다.

이어 오후 1시30분부터 배심원들과 취재진, 방청객 등 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민참여재판 '공판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배심원 선서에 이어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주의해야 할 점과 재판 진행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오 부장판사 “배심원들은 법정 증거 조사에서 알게 된 증거와 사실만으로 유ㆍ무죄를 판단하고 양형을 결정해야 한다”며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 심문에 예단을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으며, "배심원들은 평의할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배심원과 의견을 교환해서는 안 되고 메모한 내용도 보여줘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열린 재판에서 검찰측은 슬라이드를 통해 전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피고인이 3급의 정신지체장애인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에 맞서 변호인단은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러 양형 결정에 참작해야 한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검찰측과 변호인단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되도록 쉽게 풀어 설명하려 애쓰는 등 법지식이 부족한 배심원들을 배려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배심원들은 양측의 공방을 진지한 자세로 지켜봤으며, 메모를 하거나 공방 간 간간히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사복을 착용토록 해 눈길을 끌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30대 K모씨는 “재판장과 검사·변호사가 배심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설명해 주는 장면이 인상적 이었다”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재판과정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여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저녁 8시45분께 끝났으며, 배심원들은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토의하는 평의(評議)를 한 뒤 만장일치로 국민참여재판 전담재판부에 형을 권고했다.

재판부도 배심원들의 결과를 받아들여 검찰 구형량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마땅하지만 피고인이 갑상선기능 저하증으로 정신지체 상태에 있고 다소 능력이 부족한 점,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와 다투게 되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해 선처를 호소한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살인죄의 경우 예비 배심원 3명을 포함해 배심원 12명이 선정돼야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전 피고인이 지난 달 25일 열린 공판 준비과정에서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대부분 인정해 법원 재량으로 예외를 두면서 6명만 선정됐다”고 설명한 뒤 “배심원 후보들의 참석률이 예상보다 저조해 아쉬웠지만 첫 재판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밝혔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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