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과 측근조력자의 함정

2013.01.15 15:51:17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 곁에는 항상 사람이 따르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갈량으로 대표되는 현자들이 한 축을 이룬다. 또 다른 축은 십상시처럼 평소엔 굽신거리다 결정적 순간에 배신하고 권력을 찬탈하는 무리다.

두 부류 모두 평소엔 이웃이나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소설책에서 보여주듯 흑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도움이 될 조력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적재적소에 맡기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실패한 측근조력자들 많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는 자신의 뜻을 키우고 국민의 안녕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인재를 등용한다.

아쉽게도 현대 정치사는 슬픈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신뢰한다던 조력자들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법적 처벌 대상이 됐다. 자신마저도 영어에 갇힌 사례가 적지 않다.

평소에 아는 사람, 또 그 아는 사람이 아끼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힌다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가진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적임자가 아닌데도 아는 인물이란 점 때문에 일을 맡겼다가 실패로 끝나면 지도층 자신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 말기마다 반복돼 온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경종이 수 없이 울려졌음에도 현 정권 역시 그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대통령 동서의 동생, 9촌 조카, 사촌형 3부자가 뇌물수수·청탁 등에 연루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MB정부에서 한때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인사들은 구속됐다. '상왕'이라 불리어 온 이상득 의원 역시 측근비리로 정계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6인 멤버'출신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중도 하차했다. 대통령의 형, 형 친구, 처가 인척은 말할 것도 없고 원로 측근과 청와대 참모들까지 비리·부패사슬에 얽혀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피력해 온 측근비리 척결의지는 측근 조력자들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지방권력의 핵심인 자치단체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조력자의 역할에 따라 구설수에 오르내리곤 한다.

충북지역 권력자 측근인사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조력자의 정책방향 제시에 따른 혼란과 특혜 의혹, 인사·돈 문제 등에 방점이 찍힌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탈환을 겨냥한 상대 후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도민들에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

지도층 측근에 진정한 쟁우(諍友:잘못을 말해주는 친구)가 많았다면 이러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쟁우(諍友)를 더 가까이해야

중국의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 후스(胡適)는 평생 최고 권력자인 장제스(蔣介石)의 쟁우(諍友:잘못을 말해주는 친구)였다. 후스는 장제스에게 쓴 소리가 담긴 책을 한권 건네며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후스는 장제스 철권통치 시절 내 내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장제스는 그의 날선 비판에 곤혹스러워 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 화가 나 후스의 편지를 모두 찢어버리기도 했지만 평생 관계를 유지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후스는 쟁우로 남고 싶다는 소신 때문에 장제스가 내민 '자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재삼 간청해도 거절당하자 장제스는 "국가가 만부득이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권하지도 않았다"며 밥 먹던 수저를 내동댕이치고 나가버린 적도 있었다.

이는 새정부 출범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임기 중반을 넘긴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권력자를 따르는 참모 내지 서브 권력자들이 진정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공동체의 안녕을 보장받지 못한다. 되레 혼란과 행정력 낭비만을 부추길 뿐이다.

소통과 쓴소리를 내는 지도층 측근조력자가 필요한 이유다. 지도층은 쓴소리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해선 안된다. 그게 한 공동체가 성공하는 길이고 지도층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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