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를 제목으로 한 기획기사를 총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음식맛과 관련된 기사는 지면이나 공중파방송 등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으나 하나같이 '홍보과잉' 현상을 보이고있다.
따라서 어떤 음식점은 'TV에 소개되지 않은 진짜 숨어있는 맛집'이라는 문구를 창문에 써붙이고도 있다. 이번 기획기사는 그점 때문에 착안했다.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음식을 먹으면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나눌 수 있는 이런저런 정담(情談)의 소재가 없을까를 생각했다.
특정 음식이 지니고 있는 문헌, 역사, 어문, 음식사적 배경을 들춰내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예정이다. 물론 허구가 아닌 사실에 기초한 스토리텔링이다.
올갱이국은 갓잡은 올갱이를 처음부터 집어넣고 끌여야 제맛이 난다.
ⓒ사진= 괴산 청천 '우리한식 식당'괴산지역 올갱이는 서식환경에 따라 모습이 약간씩 차이가 난다.
괴산 청천면에 사는 김소제(72) 할머니는 평일에는 청천시장 입구, 그리고 농협도지부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금요일에는 청주에서 '생올갱이'를 판매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살아 있어 혓바닥을 낼름낼름 내미는 놈을 생올갱이라고 부른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 할머니가 팔고 있는 올갱이는 어디서 잡은 것인가.
"괴산 청천 일대에서 손자 둘이 잡은 것이다. 이것 봐. 아직도 살아 있어 혀를 낼름거리지 않고 있나."
- 바깥 어른은 올갱이에 관심이 없나.
"청천일대 올챙이잡이 선수였지. 한 30년 했는데 이제는 기력이 부쳐 손주들에게 넘겨줬어."
- 올갱이 팔아서 생계가 유지되나.
"그래도 이것 가지고 아들딸 공부시키고 손주 2명까지 공부시켰어. ㎏당 2만원 정도 받으니까 그럭저럭 벌이는 돼."
- 올갱이국은 언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나.
"봄, 가을이 제철이라고 봐야지. 여름 올갱이는 아무래도 장마 때문에 흙냄새가 조금 나."
- 올갱이국은 어떻게 끓여야 맛있나.
"국을 끓일 때 올갱이를 통채로 넣어서 끓어야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나. 올갱이만을 따로 삶아 국에 놓으면 제맛이 안 우러나."
- 올갱이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 물음에 대해서는 언제 나타났는지 남편 김태호(74) 할아버니가 "옛날에는 납이 달린 그물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동(銅)이 달린 그물을 사용하고 있지, 굉장히 비싼 편여. 그리고 나중을 생각해 씨가 잘은 올갱이는 물속에 도로 놓아줘. 그러면 더 큰 놈이 돼서 돌아오거든."
우렁이 언어지도 모습으로, '올갱이'라는 표현은 녹색지역에서만 사용된다. 표준말은 '다슬기'다.
ⓒ지도=네이버 백과
분류상 '우렁이계 3군'에 속하는 방언
어문학자들이 작성한 이른바 '우렁이 언어 지도'의 모습이다. 우렁이의 방언형은 크게 '우렁이'계, '골뱅이'계, '고동이'계 등으로 나눠지고 있다.
'우렁이'계에는 우렁이, 우렝이, 우링이, 우렁(이상 1군), 울벵이, 울빙이(이상 2군), 울겡이, 울깅이, 올갱이(이상 3군) 등이 속하고 있다.
'골뱅이'계에는 골뱅이, 논꼴뱅이, 논꼴비(이상 1군), 논꼴부리, 못꼴부리, 왕꼴부리, 동꽁뱅이(이상 2군)이 해당되고 있다.
이밖에 '고동이'계에는 고동이(논꼬동이), 고딩이, 할미고딩이, 소라꼬딩이, 황새고딩이(이상 1군), 고동, 논꼬동, 논꾸둥, 박꼬동(이상 2군) 등이 속하고 있다.
<표>에서 보듯 괴산지역의 '올갱이'라는 표현은 '우렁이계-3군'에 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녹색 부분) 어문학자들은 '올갱이'를 '우렁'과 '골뱅이'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표현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