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으로 사돈 살린 ‘천사’

괴산 사리 윤기용씨, 폐동맥 투병 손혜진씨에 이식

2008.03.31 22:23:57

31일 꺼져 가는 자신의 딸의 새생명을 구해준 윤기용(오른쪽)씨를 찾은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 고순례씨가 고마움의 표시로 윤씨의 손을 꼭잡고 고마워하고 있다.

"꺼져가는 딸의 생명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선뜻 간을 이식해 준 사돈 총각이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납니다."

사경을 헤매던 한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를 선뜻 내줘 새생명을 안겨준 젊은이가 물질만능과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시대에 큰 경종이 되고 있다.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에서 식당(일흥식당)을 운영하는 고순례씨(57.여)씨는 최근 "사돈 총각이 떼어 준 간 일부가 의식불명의 위독한 상태에 놓인 딸을 구해 줘 새 삶을 살게 됐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돈 총각을 자랑하고 있다.

고 씨에 따르면 현재 한 마을에 사는 사돈 총각 윤기용(24.청주대 전자정보공학부 4년)씨가 시집 간 딸이 지병으로 인해 회생 불명인 상태에서 병마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간 한쪽을 선뜻 내줘 새희망을 갖게 됐다.

고 씨의 딸 손혜진(34)씨에게 병의 증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06년 10월이었고 급진전 된 병세로 인해 그해 11월부터는 제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당시 간경화 증세를 보이는 등 갑작스런 병마와 싸워야 했던 손씨는 지난 18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에 들어갔고 개복 순간 폐동맥 고혈압이란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당초 시간보다 긴 10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손 씨는 현재 수술 후 지금은 호전돼 무균실에서 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손씨가 이처럼 위독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돈 총각인 기용씨 덕분이다.

기용씨는 고씨 둘째 며느리의 동생인 사돈 총각.

기용씨는 "매형 친구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었는데 손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혈액형(O형)이 같아 간을 이식키로 마음 먹었다."며 "한 마을에서 누나와 친구(동창) 사이로 지내온 매형이 걱정하는 모습이 안쓰러웠고 다행이 이식에 필요한 모든 검사가 손 씨와 맞아 도움을 주게 됐다."고 멋쩍어 했다.

특히 기용씨는 이번 간 이식을 위해 자신의 가족은 물론 사돈댁 가족도 모른 채 조용히 간 이식을 위한 검사를 준비했으며, 그동안 학부 부학회장을 맡아 술자리가 많았음에도 건강한 간을 보유하고 있어, 이식을 위해 술을 끊고 운동에 전념했다.

이와 함께 기용씨는 복잡한 이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가족사진 등을 준비해 혈연관계를 직접 입증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인해 수술 날짜를 당초보다 한 달 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

기용씨는 간 이식 후 아직 100% 회복이 안 된 상태지만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배에 복대를 한 채 지난 31일 등교했다.

고 씨는 "비록 한 마을에서 나서 함께 자랐지만 자신의 장기 일부를 남을 위해 기꺼이 기증한 사돈 총각이 대견스럽다."며, "아무 조건 없이 쉽지 않은 용기로 새생명을 구해 준 사돈 총각이 하늘에서 내린 것만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괴산 / 조항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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