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탁 양궁훈련원을 아세요?

감독·선수들“지도 좀 해달라”문전성시

2007.03.02 01:13:39

한국 양궁은 그야말로 전 세계 스포츠계의 전설이다.

지난 1984년 LA에서 서향순이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이래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만 모두 23개의 메달을 따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3번째 전 종목 석권 및 남자 단체전 7연패를 달성하는 등 세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 양궁의 ‘대부’ 김형탁씨(57)가 충북 괴산군 괴산읍 서부리에서 ‘김형탁 양궁 훈련원’을 운영하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괴산군청 앞 시냇물 건너 야트막한 야산 아래에 김 원장이 사재를 털어 지은 이 연습장은 한꺼번에 40여명의 선수가 활을 쏠 수 있는 전천후 사대와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문을 듣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양궁 선수와 코치들이 끊임없이 이 연습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덩달아 괴산 지방의 특산품인 ‘청결고추’까지 나라 안팎으로 홍보되는 것은 물론 시내의 여러 음식점, 숙박업소까지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원장은 대나무에 실을 매어 훈련하던 시절인 고교 때부터 양궁을 시작한 이후 실업.학교팀 코치를 거쳐 지난 1983년에는 국가대표 코치를 맡아 바로 다음해 서향순,김진호 등을 LA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만들어 놓았다.
1970년대 중반에는 국내 양궁 코치들의 모임을 만들고 양궁 기술개발과 지도방법 등을 보급했는데, 지금은 140명으로 늘어난 이 코치모임이 오늘의 한국 양궁이 있게 한 원동력이란 칭찬을 받고 있다.

그 후 오랜 국가대표 조련사를 거쳐 1989년부터 9년 동안 대만 대표팀과 코치들을 가르쳐 대만팀이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를 2위,3위로 바짝 위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이러한 김 원장의 명성을 들은 국내. 외 양궁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주니어팀 7명이 들렀는데 이들은 지난 2005년 겨울에 2주간 이곳에서 훈련을 한 덕에 2006년 유럽양궁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또 찾은 것이다.

또 해마다 중국의 많은 선수들이 오는데 중국의 전국체육대회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북경팀이 2005년에 와서 김 원장의 지도를 받은 뒤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또 현재 세계양궁연맹(FITA)의 톰 딜랜 사무총장의 부인이 스위스의 양궁 국가대표인데 이들 부부 역시 지난해 여름 이곳에서 3주 동안 비밀리에 땀방울을 흘리고 갔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현지에도 이 연습장의 분교를 내달라고 요청하고 있을 정도로 외국 양궁인들에는 김 원장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이다.

지금까지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스웨덴, 미국, 독일 등 20개국 281명과 내국인은 실업팀,학생,동호회 등 모두 300명에 이른다.

올해에도 벌써 일본 오이타,나고야팀 등이 왔다간 데 이어 이달에만도 싱가포르 코치 8명과 덴마크팀이 오기로 돼 있다.

이처럼 선수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조용하고 쾌적한 주변 환경과 우리나라에서도 드문 전천후 양궁 연습장이라는 점 등이 있지만 그 첫째는 바로 지도자 ‘김형탁’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우선 김원장은 외국어가 ‘된다’.

대한양궁협회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1년에 서너 차례 씩 국제 양궁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정도로 영어가 가능하고, 70년대 우리보다 앞선 일본 양궁을 배우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여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이며, 중국어는 9년동안 대만 대표팀 코치를 한 덕에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중국인들과 예약 전화 통화를 능숙하게 할 정도다.

그리고 김 원장은 찾아 온 선수나 코치들에게 생체학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활쏘기자세를 자세하게 지적해 준다.

더욱이 김 원장은 선수들이 활을 쏘는 자세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다트 피쉬 프로그램’이라는 1천만원대의 고차원 영상분석 장비를 십분 활용해 과학적인 지도를 한다.

지난해에는 슬럼프에 빠진 현대제철의 정재헌 선수가 이 곳을 찾아왔을 때 김 원장이 개인적 감각과 ‘다트 피쉬 프로그램’으로 정 선수가 표적을 조준하는 짧은 시간에 얼굴에 닿은 활줄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 활의 무게를 줄이고 조준자세를 고쳐줘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오랜 경륜과 과학적 영상분석에서 나오는 정확한 지적은 그야말로 선수 실력을 일취월장시키는 ‘원포인트 레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김 원장이 또 이곳을 찾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다트 피쉬 프로그램’의 자세 분석 자료를 보내 준 뒤 인터넷 전화로 실시간 통화를 하면서 지도를 해 주고 있는 점도 그에 관한 ‘입소문’을 더욱 넓게 퍼지게 하고 있다.

이처럼 ‘김형탁 양궁 훈련원’이 명성을 얻자 세계양궁연맹 FITA에서는 지난 2005년 말 이곳을 아시아권에 있는 3개의 정식 훈련장 중 하나로 연맹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한 데 이어 전 세계에 보낼 양궁기술교본 촬영을 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에 살다 이곳으로 온 김 원장은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국내 양궁인들에게는 시설사용료 등을 전혀 받지 않고 외국인들에게만 실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은 국내.외 방문객을 막론하고 식사는 반드시 인근의 여러 식당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 훈련원에서 해 주는 것보다 수입이 줄고, 외국인들을 위해 직접 길 안내를 해야 하며, 식당 주인에게 외국인들 입맞에 맞게 음식조절을 부탁하는 수고로움이 있어도 현지 주민들의 소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동안 해마다 서울에서 열리던 전국 실내양궁대회를 지난 15일 괴산에서 개최하여 TV로 괴산과 특산품 등을 널리 알리고 선수 임원 등 700여명이 괴산을 찾게 만들었는데 김 원장은 이 대회가 앞으로 계속 괴산에서 열리게까지 만들어 놨다.

이곳에는 또 양궁 선수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이나 사회의 양궁 동호회원 등이 양궁 체험을 하기 위해서 자주 찾는다.

물론 김 원장은 친절하게 맞이하여 활 쏘기를 가르치고 있지만 내방객들이 단순히 활만 쏘고는 더 이상 볼거리가 없어 그냥 가는 것에 아쉬워 하고 있다.

훈련원 건물 2층에 아담한 양궁전시관이라도 만들면 자신이 현재 수집중인 세계 각국의 전통 활과 화살, 양궁과 화살, 양궁 관련 사진 등을 전시해 놓고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종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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