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지방화의 함정

2014.01.07 15:47:05

갑오년 연초부터 혼란스럽다. 비수도권이 그렇다. 박근혜 정부의 '선(先) 지방육성정책' 실현의지에 따른 의구심 때문이다.

수도권규제완화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증액 거부가 그 정점이다. 얼마 전 SK 하이닉스 경기 이천공장 증설이 허용됐다. 당장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고시가 개정됨에 따라 SK하이닉스가 2021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공장 증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先)수도권 중심 기류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공장 특화계획은 분명하다. 이천공장은 D램, 청주공장은 낸드플래시다. 이천공장 D램 현대화를 위한 투자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한데 빙그레 남양주 공장 증축 허가는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선(先) 지방육성 후(後) 수도권규제 합리화'를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마저 지역균형발전은 말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SK 하이닉스와 빙그레 뿐만 아니라 대규모 기업들의 수도권 러시가 줄 이을 게 뻔하다. 지방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세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가속될 것이 자명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밝힌 자료를 이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계속될 시 1천783만명인 지방 생산가능인구가 2030년이면 1천387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지방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하락,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심화가 불 보 듯하다. 돈과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니 당연히 지방경제의 성장세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민간소비도 급감한다.

분만 아니다. 지역언론이 숨 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끊어졌다. 얼마 전 얘기다.

고갈 위기에 처한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심의 테이블에 올랐다.

국회는 기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새해 예산안 심사 때 당초 정부안보다 150억 원 증액된 200억 원을 편성했다. 이어 예산결산특위 심사에서 기재부의 반대로 정부안인 50억 원만 반영됐다. 정부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2016년 12월까지 효력을 갖는 한시법이라는 점을 들어 증액을 거부했다.

기금은 2004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조성되는 돈이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 기반을 구축해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에 기여한다는 목적이다. 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된 지역신문들은 경영·유통구조 개선, 신문 인력 양성 및 교육 등을 통해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다. 이에 맞춰 기금도 한때 300억 원 이상 여유자금이 조성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2010년부터 정부출연금이 총 40억 원에 그쳐 현재 잔액이 22억 원에 불과하다. 당초 정부는 지난 3년간 440억 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조차 줄여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중앙지가 종합편성채널을 출범시킬 때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특혜를 몰아주고 지역 언론 지원은 외면했다. 박근혜 정부마저도 지역신문 발전기금 증액에 인색한 것은 지방 홀대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지역여론 외면 안된다

지역신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실현이다. 중앙지들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무력화시키면서 수도권 옹호 논조로 일관하는 까닭이다. 지역신문의 현실은 거대자본의 중앙지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지역신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지역신문이 중앙지의 물량공세로 고사하면 언론을 통한 여론형성은 수도권 중심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서울, 중앙 중심인 나라에서 홀대받는 지방 사람들의 눈과 입이 돼 지역주민의 희노애락을 같이 하며 지역의 가치관과 향토를 지키고 있는, '지역신문' 역시 없어선 안 될 가치 있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여론의 중앙 편중 심화가 무엇을 초래할지 거듭 생각해봐야 할 때다.

수도권 중심의 기류, 정말 괜찮은가· 공룡은 거대한 몸집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 수도권도 그 모습을 하고 신음하는 형국이다. 지역간 균형발전정책이 우선이다. 정치지도자들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지혜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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