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임옥진 할머니, 동광초서 만학의 꿈 키워

“못배운 한 달래기 위해 초교 입학”

2008.04.21 20:31:45

고희(古稀)를 맞은 임옥진 할머니가 못배운 한을 달래기 위해 보은 동광초등학교에서 하루 4시간의 수업을 받고 있다.

고희(古稀)를 맞은 할머니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 만학의 꿈을 키우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보은 동광초등학교(교장 홍기성) 1학년 별반 임옥진(69) 할머니로 지난달부터 받아쓰기와 덧셈·뺄셈 등 산수공부에 열중이다.

아침 8시20분께 보은읍 신함2구 자택에서 다른 초등학생들과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 아침 자습을 하고 오전 9시20분 시작하는 1교시부터 하루 4시간의 수업을 들으면서 못배운 한을 달래고 있다.

임 할머니는 같은 반 손녀손자와 같은 어린학생들로부터 ‘반장’으로 불리우면서 어린 학생들의 생활지도까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이로 71세인 임 할머니는 경북 상주시에서 태어나 열두살 되던 해 수양딸이 될 경우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옥천군의 한 유지 부인을 따라 나섰다가 학교도 보내주지 않고 집안일과 폭력에 시달리다 이듬해 도망나와 추풍령을 거쳐 6·25때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 6·25가 끝난후 면사무소 창고에 임시로 마련된 학교에서 3학년 과정을 배웠으나 배운것이 없어 한 달만에 포기했다.

이후 스무살때 영동군 추풍령면으로 시집와 두 아들을 낳은 뒤 남편(작고)과 함께 대구로까지 이사했다. 두 아들은 현재 현재 대전에서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10여년전 보은으로 이사한 임 할머니는 속리산 여적암에서 비구니로 지내다 방학때 찾아 오는 고시준비생들로부터 한글을 배웠고 보은읍 죽전리로 거처를 옮긴 후 보은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과 바둑교실도 열성적으로 다녔다.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먹은 임 할머니는 지난 3월 동광초에 입학하기로 결정하고 학교측에 받아줄것을 요구해 학교측은 심의위를 열어 임 할머니에게 입학을 허가해 지금은 손녀손자들과 함께 한글을 배우고 있다.

학교측은 입학식날 만학도인 임 할머니에게 가방과 공책 등 학용품을 입학선물로 전달했다.

홍 교장은 "임 할머니가 6학년을 무사히 마쳐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할머니를 위해 1, 2학년 등 각 학년별 적응능력과 수학능력 등을 살펴 월반 가능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할머니는 "못 배운게 너무 억울해 초등학교 6학년이라도 마치고 싶어 입학하게 됐다"며 "한글 붓글씨와 바둑도 배운 뒤 운전면허도 취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은/손근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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